루이비통 넘어선 '아모레 모시기'…면세업계 판 흔든다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6.06.01 03:32

매입비중 11% 달하는 제1 거래선…'바잉파워(구매력)' 약한 신규면세점은 '전전긍긍'


"루이비통을 뛰어넘는 '갑'이 아모레죠. 극진히 '유치' 해야하는 브랜드가 됐어요." (서울 시내 한 신규면세점 MD)

설화수, 헤라, 이니스프리 등 인기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입김'이 면세업계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소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를 앞지르는 매출로 면세점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제1 거래선'이 됐다. 일부 신규면세점은 유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보다 더 힘센 'APG'(아모레퍼시픽그룹) = 31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롯데면세점이 가장 큰 규모로 상품을 매입한 거래처는 아모레퍼시픽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에 600여개 브랜드가 입점된 것을 고려할 때 설화수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 거래규모가 전체의 11%를 차지했다는 것은 압도적인 비중이다.

이는 2위 부루벨코리아 거래비중(8%)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부루벨코리아는 루이비통, 디올, 펜디, 셀린느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를 면세점에 납품하는 에이전시다. 롯데면세점은 이 회사가 취급하는 명품브랜드를 총 망라한 것보다 더 큰 규모로 '아모레 화장품'을 사들인 셈이다. 화장품 '후'로 인기를 끌고있는 LG생활건강(7%)과도 격차가 컸다.

아모레가 면세점에서 이 같은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파워 브랜드를 5개나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 그룹'이기 때문이다. 아모레는 설화수,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이니스프리 등 굵직한 브랜드를 주축으로 려, 메이크온, 에뛰드, 에스쁘아 등을 면세점에 입점시켰다.

면세업계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영향력이 처음부터 컸던 것은 아니다. 지난 3~4년간 중국인 관광객들의 'K-뷰티' 사랑에 힘입어 고속성장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013년 면세점에서 올린 매출은 3478억원이었지만, 2014년 703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고,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아모레퍼시픽 입지 변화가 '놀라울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면세점 입점을 위해 동분서주했었는데 이제 '갑'은 면세점이 아니라 아모레"라며 "매출이 루이비통을 뛰어넘었으니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신규면세점은 '아모레 모시기'에 '전전긍긍' = 신규면세점들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유치가 만만치 않았다고 밝혔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매장 위치와 규모에 관한 논의는 물론 입점 결정까지 아모레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 협의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며 "기존 면세점에게도 영향력이 막강한데 신규면세점은 '바잉파워'(구매력)가 없어 더 어려운 상대"라고 말했다.

두타면세점은 지난 20일 프리오픈때부터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입점 돼 있지 않다. 대신 가벽을 설치해 설화수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이 6월 중 입점될 예정이라는 안내 문구를 써놓았다. 인테리어 등을 거쳐 오픈한다는 것이 두타면세점 설명이지만 아모레 측은 아직 입점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 헤라 등의 브랜드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면세점의 경우 '글로벌' 관점에서 접근해 기내면세점, 해외 매장 등 시장 전체를 고려해 신중하게 출점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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