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애플의 가상현실(VR) 도전, '퀵타임 VR'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6.06.01 11:38
1995년 애플이 맥월드에서 발표한 퀵타임VR 데모. 여러장의 사진을 하나로 이어붙이는 작업을 시현한 모습./사진=유튜브
구글과 오큘러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애플은 이미 21년 전에 VR을 개발했다. 퀵타임 VR(QuickTime VR)이란 이름의 기술이다.

미국 인터넷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1년 전 VR 기술을 개발한 애플의 뒷이야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퀵타임 VR은 1995년 애플 내 개발 그룹인 '휴먼 인터페이스 그룹'(Human Interface Group)이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360도 영상과 비슷하다. 단, 영상이 아닌 이미지다. 사용자가 마우스를 좌·우·상·하로 움직이면 공간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는 것. 90년대 당시에는 현재 구글 등이 개발한 360도 카메라도 없었고 디지털 비디오 조차 없었다. 애플은 어떻게 한 걸까.

원리는 간단하다. 카메라 하나로 한 공간을 수십만, 수백만번 촬영해 사진을 한 장씩 이어붙이는 방식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하나로 모아 파노라마 사진으로 만드는 것.

당시 퀵타임 VR 개발자 중 한명이었던 댄 오설리번(Dan O'Sullivan) 뉴욕대 교수는 "처음 시도한 방식은 약간 속임수(cheat)가 있었다. 수백만장의 사진을 하나로 이어 붙여서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렌즈가 하나인 카메라 한 대로 모든 작업을 처리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밝혔다.

사진 여려 장을 붙여 하나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만드는 단순 작업이었지만 컴퓨터 작업량은 엄청났다. 애플은 이를 위해 슈퍼컴퓨터 크래이(Cray)를 구입해야 했다.

퀵타임 VR은 애플 개발그룹에서 수년간 진행돼온 프로젝트로 1995년 대중에 첫 선을 보였다. 시작은 단순했다. 1991년 애플의 하이퍼카드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단순히 놀고(?) 싶었던 개발자들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물건을 3차원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3차원으로 구현된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없었지만 퀵타임 VR이 이를 해내자 사내 개발그룹은 팀으로 승격,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사진을 이어붙이는 새로운 기술을 고안해내기 시작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와 같은 랜드마크도 담아냈다.


퀵타임 VR은 당대 이슈였던 OJ 심슨 사건에 활용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얻었다. 미국 방송사 NBC가 퀵타임 VR의 기술을 활용해 니콜 심슨(Nicole Simpson)의 공동주택단지를 촬영했다. OJ 심슨 사건은 백인 여배우 니콜 심슨과 그의 애인 애일론 골드먼이 주택단지에서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 미국 풋볼선수 출신의 흑인 배우 OJ 심슨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사건이다.

당시 방송 프로듀서였던 데이비드 보맨(David Bohrman)은 "핏자국, 발자국 등이 발견된 사건 현장 골목을 10~12군데를 촬영했다. 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심슨의 차로 향했거나 해당 차가 심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애플 퀵타임 VR의 실험은 구글,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360도 영상 등 VR 서비스에 시초로 불릴 만하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현재 VR은 기술 개발로 좀 더 빠르고 쉬워졌을 뿐 퀵타임 VR이 시도한 원리는 같다는 것.

아쉽게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돌아온 뒤 퀵타임 VR팀은 1997년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2006년 후반까지 아이팟 등에 기술이 적용됐다.

존 스컬리(John Sculley) 애플 전 CEO는 "애플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구글과 페이스북과 비교하면 IT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세상을 이끌고 있다. 퀵타임 VR이 가장 훌륭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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