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홍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지 5년 만에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30일 홍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그는 다음달 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홍 변호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변호사법 위반이다. (☞ 검찰, '10억원 탈세' 홍만표 변호사 영장청구 참조)
평생 내노라 하는 권력 실세와 재벌 회장들을 줄줄이 검찰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세웠던 그는 지난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섰다. 홍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한 말은 '다소 불찰' '참담'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검찰 내부에서도 특검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의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홍 변호사는 지난 9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한탄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말이고 뭐고 출근해서 밤낮으로 일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기사를 본 네티즌의 댓글은 '돈에 눈이 먼 전관' '1년에 100억원 가까이 벌었는데 탈이 안 날 수 있나' 등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고 강변할 지 몰라도 그가 능력과 성실함으로 부를 일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검사장 당시 홍 변호사가 신고한 재산은 13억원(2010년 기준)이었는데, 변호사 개업 후 불과 2년 만에 그는 연소득 91억원을 신고했다. 평생 모은 재산의 7배를 2013년 한 해에 번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로또 1등 당첨금은 올들어 최다인 38억원이었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5만분의 1로,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낮다. 그런데 홍 변호사의 연간 소득은 로또 1등 당첨금의 3배 가까이나 된다. 일년에 로또 1등을 세번이나 맞은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가 보유한 오피스텔은 100채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투자의 달인, 부동산 고수라고 불릴만 한데 그를 향한 여론은 한마디로 '나쁜 x'이다. 홍 변호사가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보지 않고 '전관'이 로또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검사장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와 관련된 의혹은 계속해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 변호사가 수사 로비 명목 자금으로 정운호 대표로부터 3억원을 받아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가 조직 내부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수사를 열심히 잘 했다고 자평하더라도 앞으로 특검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팔은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에 전관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검찰의 위상을 회복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서울지방변호사가 입법 청원하겠다고 밝힌 '평생법관·평생검사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만큼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는 자세를 검찰은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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