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같은 구글, '해적단' 같은 페북…美 본사 방문기

머니투데이 멘로파크(미국)=이해인 기자 | 2016.05.30 03:00

'대학 동아리방' 떠올리게 하는 사무동…‘수족관’ 떠올리게 하는 회의실

페이스북 입구에 위치한 '입간판'. 건물의 예전 주인인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것을 재활용 했다. 뒷면에는 썬의 로고가 그대로 남아있다./사진제공=페이스북


‘실리콘밸리 트렌드메이커’. ‘재직자 만족도 1위 기업’, 전 세계 최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 따라 붙는 수식어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를 돌아볼 기회를 얻어 3시간 가까이 사무실과 식당 등 회사 곳곳을 돌며, 이 기업의 속살을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썬의 간판 재활용 왜=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건 페이스북의 트레이드 마크인 ‘좋아요’ 간판. 회사 관계자는 “이 입간판은 재활용품”이라고 말했다. 이 간판 뒷면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썬)의 로고가 흐릿하게 남아있다.

페이스북 본사 건물은 원래 썬의 사옥이었다. 썬은 컴퓨터언어 ‘자바’를 만든 기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2010년 오라클에 인수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왜 굳이 사라진 기업의 간판을 버리지 않고 다시 썼을까.

회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출범 10년도 안 돼 거대 기업 썬의 사옥을 임대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우리도 썬처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페이스북 메인 식당 모습/사진=이해인 기자

◇바비큐부터 쌀국수 ‘취향 저격’=‘클럽하우스’같은 15번 빌딩을 통해 페이스북 사무실 입구에 들어섰다. 커피 등 각종 음료수와 간식거리들이 비치돼 있었다.

페이스북 본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아침부터 지글지글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계속 자극했다.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제공할 바비큐가 구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샘을 밥먹듯 하는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밥심’이다. 유명 셰프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맛난 식사는 페이스북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최고의 복지혜택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식당에선 매 끼니 3가지 테마의 음식이 나온다. 또 메인식당 인근에선 쌀국수, 햄버거 등 각기 다른 취향을 만족시킬 음식점들이 운영되고 있다. 식당이 아니더라도 사무실 중간중간에 위치한 ‘마이크로 키친’에서 원하는 간식거리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모든 메뉴는 무료로 제공된다.

페이스북 본사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각종 포스터들. /사진=이해인 기자<br>

◇사무동이야, 학생회관이야=사무동에선 복도벽을 가득 채운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마치 대학 동아리방이 모여있는 학생회관 같은 느낌을 줬다. 포스터 중에선 ‘플랜B같은 소리 하지 마라’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어록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영향력에 집중하라’, ‘계속 성장하라’ 등 다소 거칠고 공격적인 문구가 적힌 포스터도 있었다.

가지런하게 책상이 늘어선 여느 사무실 공간과 달리 페이스북 사무동의 책상들은 제멋대로 놓여져 있었다. 규칙을 거부하고 창의성을 제1의 원칙으로 삼는 인터넷기업의 특유의 문화가 배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페이스북 신사옥 사무실 내부 모습/사진=이해인 기자<br>

◇회의실의 또다른 이름 ‘수족관’=페이스북이 직접 지은 멘로파크 신사옥은 구사옥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직원들 책상 사이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의 책상과 ‘수족관’이라 불리는 저커버그 회의실도 보였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4개 면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수족관’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날 수족관에선 저커버그가 외부 방문객으로 보이는 6명의 사람들과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전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사진=이해인 기자

신사옥에는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대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경각심을 주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자는 미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사명감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의 서비스가 완성되지 않았고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전체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본사를 돌아본 느낌을 구글과 비교한다면 아마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하는 흠잡을 데 없는 ‘엄친아’, 페이스북은 치열한 생활 속에서도 즐길 줄 알고, 공격적으로 진영을 펼쳐나가는 ‘해적단’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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