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 전인권 30년…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머니투데이 배성민 부장 | 2016.05.28 10:45

[광화문] 의미가 있는 기억들의 공존…개장 30주년 보라매공원의 조형물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올해 30주년을 맞는 전인권밴드의 싱어 전인권의 노래 중 한 구절이다. 30주년을 맞는 것은 꽤 있다. 평온한 분위기 속에 꼬마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몰리는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이 곳도 개장 30년이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를 비롯해 게이트볼 시설, 인공암벽, 풋살 구장도 있다.

무심한 사람들이 계속 지나치지만 보라매공원에는 ‘그런 의미가’ 담긴 장소들이 곳곳에 위치한다. 보라매공원 한가운데 있는 호수의 이름은 ‘옥만호’다. 옥만호는 박정희 집권기에 공군사관학교장과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고 옥만호 전 의원의 이름에서 따 왔다. 국회의원을 지낸 것은 1988 ~ 1992년으로 신민주공화당(유신잔당이라고 비판받자 유신본당을 자처) 당적이었는데 당시 자신의 이름을 딴 호수까지 있는 거의 유일한 현역의원이었다. 보라매공원이 공군사관학교 교사였던데다 옥만호 교장 시절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다. 공군사관학교가 지방으로 옮기면서 공원으로 단장해 시민들에게 개방한 것이 1986년이다.

다양한 성향을 담은 조형물들도 공원 곳곳에 있다. ‘반공순국학생 충혼탑’과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탑’이 대표적이다. 충혼탑은 좌우대립이 극심하던 해방정국에서 반탁(소련 등 주도의 신탁통치 반대) 운동을 벌인 젊은이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반탁학생운동의 거목이라는 이철승 전 의원도 있다. 반탁운동의 또다른 거두로 꼽히는 계훈제씨 같은 이들이 빠져있긴 하다. 사관학교 부지에다 반공 기념탑까지 어울리는 배치다.

이질적인 조형물은 다른 한켠에 있다.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들을 위한 위령탑이 그것이다. 설립 관련해서는 1999년 노동부와 한국노총, 경영자총협회, 서울시, 근로복지공단 등이 머리를 맞댄 것으로 돼 있다. ‘불의의 산재로 숨진 이들의 넋을 기린다’는 취지로 노사정 공동사업으로 기획된 것. 이념을 덧씌우긴 그렇지만 노동운동과 반탁운동은 과거 역사에서 좌우이념의 양끝쯤에 서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위령탑의 첫삽을 뜨려던 1999년은 IMF경제 위기 속에서 김대중 정부가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노사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던 시점이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라매공원과 개인적 인연도 있다. 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라는 대통령 직선제에 따른 선거도 같은해 12월 치러졌는데 김대중(DJ) 당시 평민당 후보는 보라매공원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고 200만명 청중을 끌어모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1노3김으로 지칭되던 후보들 중 세명(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은 100만 인파 여의도 유세를 마친 뒤였다. 후보 단일화 압박 속에 희미하던 4자 필승론(영남, 호남, 충청 등 확실한 지지기반이 있는 4명 후보가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우위인 DJ가 이긴다)의 근거를 DJ는 보라매공원 유세인파에서 찾았을지 모른다. 물론 그는 4명의 후보 중 3위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그리고 10년뒤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자신이 이끌었던 정부에서 보라매공원에 산재 위령탑을 세운 것이다.

다양한 조형물로 좌우 균형잡힌 보라매공원은 호젓했던데 비해 올해 5월 공원밖은 몇년째 시끄러웠다. 5.18추모 공식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느냐, 합창하느냐는 여전히 뜨거운 주제다. 옥만호도 그대로고, 반탁 기념탑과 산업재해 위령탑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민주화의 변곡점이라는 87년 6월 항쟁이 내년에 30주년인데도…. 해방정국의 반탁운동은 70년이, 1980년 광주항쟁은 36년이 지났다.

보라매공원이 조용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 이유는 공존에 대한 허락 때문이 아닐까. 30여년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전인권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만 읊조리는 것은 아니다. 그는 들국화 시절 가장 슬픈 목소리로 ‘행진~ , 행진~ , 앞으로, 가는 거야’라고 울부짖듯 노래하기도 했다.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난 노래 할꺼야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올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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