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으로 '강남역 살인사건' 들여다보기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6.05.28 03:10

[따끈따끈 새책] 전중환의 '본성이 답이다'…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인간 본성이 문제다. 그러나 인간 본성이 또한 그 해결책이다."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거, '빈 서판' 중에서)

강남역 노래방 살인사건으로 세상이 흉흉하다. "여성이 오기만을 1시간 기다려 살해했다"는 범인의 진술에 범죄의 원인이 '여혐'인지, 아니면 정신병인지를 놓고 설전이 시작됐다. '묻지마 범죄'가 갑자기 여험과 남혐이라는 이상한 성 대결구도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리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직접적인 답은 아니지만 다양하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 한 권 나왔다. 한국인 최초의 진화 심리학자인 전중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쓴 '본성이 답이다'는 한국 사회에서 발현되는 현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본성'을 파헤친다.

그는 우리 사회가 가진 진화론적 접근을 향한 비판적인 시각을 인정하며 글을 시작한다. "이 사람은 남자의 바람기를 옹호하려는 마초 아닐까?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유전자 환원주의자 아닐까?" 이런 의심을 종종 받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진화적 접근은 '이론'을 제공하고, 이 이론이 깨지기 쉬워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깨지기 쉬워서 오히려 건전하다는 것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고, 동시에 그 틀을 누구나 새로운 증거에 의해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강남역 살인사건을 볼 때 도움이 될 만한 진화 심리학적 이론은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 소개된 사회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악'을 보자. 이 학자는 영화 '다크나이트' 속 '조커'처럼, 오로지 악 자체가 목적인 '순수한 악'은 없다고 말한다. 현실 세계의 악인은 대부분 자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가해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혐오'는 어떨까. 저자는 '혐오를 넘어서는 공감'이라는 장을 통해 "인간 본성의 또 다른 측면인 공감과 이성에 바탕을 두자"고 말한다. "아무 잘못 없이 성별, 인종, 나이, 성적 지향 등이 다르다고 해서 남들에게 외면받거나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덧붙인다.

텍스트를 각자 어떻게 해석하든, 진화 심리학은 '당위'가 아닌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일깨워줄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어떤 것이 내재해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발현되는지를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조금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본성'이다.

◇본성이 답이다=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256쪽/ 1만6500원.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