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기초수급 족쇄 '부양의무자' 해외선 어떻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6.05.26 05:33

[the300][7전8기법안 열전⑤-국민기초생활보장법](3)핵가족화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폐지 추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온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두고 국내에서는 16년째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양의무자 유무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의 절대적인 요건이 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간 부양의무를 강조했던 전통사회가 붕괴되면서 부양의무자 범위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추세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해당하는 공공부조제도에서는 소득과 재산 기준에 근거한 자산조사가 수급자 선정의 최대 기준이 된다. 공공부조가 다양한 개별제도로 분화돼 있어 제도마다 수급선정 기준이 다르지만 부모나 자녀, 형제, 배우자가 있다고 해서 국가로부터 생활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복지국가 전통이 강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도 부양의무자 유무가 수급요건의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않는다. 가족의 부양의무 자체가 최소화돼 있는 데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사회의식이 강하다. 1978년까지 법률상으로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1956년부터 부모부양을 자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맡아왔을 정도다.

중유럽권의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에서도 법적인 가족이나 친족이 공공부조 수급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핵가족 중심으로 부부와 미혼 자녀에 대해서만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와 제도 측면에서 가장 비슷한 공적부조를 운영해온 일본에서도 1990년대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옛 생활보호법에서는 부양의무자 유무가 우선적으로 고려됐지만 현행 생활보호법은 수급자 선정요건이 아니라 단순순위 정도로 고려한다.

국가 차원의 복지 정책에 따라 폭넓은 공공부조가 뿌리내렸던 서구와 달리 일본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 것은 까다로운 신청절차 때문에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저소득층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연락이 끊긴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이 불가능하다는 증명을 받아야 하는 방식으로는 공적부조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최근 '세모녀 사건' 등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이 논란이 된 국내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가족주의가 남다른 남유럽의 상황은 반대다. 가정사에 국가는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족 프라이버시 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공적서비스제도 자체가 많지 않다. 남유럽권에서 공공부조는 부모나 형제·자매 범위를 넘어 3촌 관계의 가족이 없는 경우에만 대상자가 되는 나라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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