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의 고국행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25일 정오 무렵 제주공항에 도착하기로 했지만 도착 일정이 3시 쯤으로 한 차례 미뤄졌다. 그러다가 다시 5시 직전으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을 기다리던 관훈클럽 토론회 등이 지연됐다. 그를 뒤따르는 취재진도 일정 변경에 따라 우왕좌왕해야 했다. 그냥 유엔사무총장 방한이라면 없었을 일이다.
정가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나경원 국회 외통위원장이야 당연히 참석해야 할 멤버라 할 수 있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가 부랴부랴 제주행 비행기표를 끊어 정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환영 만찬에서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새누리당에서는 홍문종 사무총장도 제주를 찾아 반 총장을 만났다.
정 원내대표를 둘러싼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그의 제주 행이 더 의미심장하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 봉합을 위한 담판을 주선하는 등 하루하루를 첨예하게 보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시점에 새누리당 핵심들이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를 찾은 셈이다.
이를 두고 여권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반 총장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이미 지난 2월 측근인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투입했다. 반 총장과 9년 이상 함께 일한 복심이다. 정계는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사실상 대화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당내에서 잠재적 대권후보로 언급되는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반 총장을 각별하게 맞이했다. 원 지사는 당초 직접 제주공항으로 나가 반 총장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반 총장의 도착 시간이 지연되면서 제주포럼 일정이 먼저 시작되자 부득이 부지사를 보내 반 총장을 맞이했다.
한편 원 지사는 이날 개막한 제주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제주포럼은 생태, 에너지, 사회문화, 인권, 여성문제 등을 관통하는 평화라는 큰 축을 주제로 삼고 있다"며 "한 해 한 해 더해가면서 국제적 수준에서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평화포럼으로 정체성을 가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포럼은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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