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석유화학, 구조조정 손 놓고 있나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6.05.25 06:37
"구조조정, 중국, 공급과잉."

1분기 석유화학업체 기업설명회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정부가 정한 5대 구조조정 대상 업종 중 하나다. 하지만 업체별 1분기 실적은 수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석유화학 업종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 분야로 지목된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등 주요 업체들이 1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원가절감에 주력한 덕분이다.

TPA는 폴리에스테르섬유와 페트(PET), 필름·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이는 범용 화학제품이다. 상대적으로 기술집약도가 낮아 중국이 2012년부터 TPA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중국의 TPA 자급률이 100%에 육박해 중국에 수출하는 TPA 물량은 거의 없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석유화학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현재 TPA 생산설비 555만 톤 중 95만 톤을 감축했고, 앞으로 70만~115만 톤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업체마다 생산목표를 줄이고 아예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비조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 경쟁력 향상 방안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범용제품 가운데 TPA와 같은 사례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다른 제품군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TPA의 손해를 만회하는 방식의 대응은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다. 생산량 감축이 단기 과제라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는 중장기적인 과제다.

정부와 업계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꼼짝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해외 주요 화학기업들은 전략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또 다시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석유화학기업들과 정부가 추진력과 실행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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