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대출청약철회권과 '낙장불입'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6.05.23 04:43

금융당국의 대안 제시에도 논의 거부하는 은행, 속내는..

"낙장불입 (落張不入)."

대출청약철회권 도입 여부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의 갈등이 깊어졌다. 양측은 제각각 '낙장불입' 원칙을 고수하나 이 단어의 적용방식은 전혀 다르다. 대출약철회권은 '대출을 받고 나서 일주일 안에 마음이 변하면 대출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로 원래는 전 금융권이 오는 6월까지 도입하기로 했었다. 관련기사: "청약철회권으로 대출금 떼일라" 16개 은행 집단반발

은행들은 대놓고 말은 못해도 내심 "한번 나간 대출을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취소 할 수 있냐"며 대출에도 '낙장불입 원칙'을 적용하는 건 상식 중에 상식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제도 도입을 발표할 때는 아무 말 없다 도입 한달여를 앞두고 안 하겠다고 어깃장을 놓는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한번 한 약속을 거둬들일 순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낙장불입'이다.

은행들에게 이 제도는 '소비자 권리보호'라는 명분 외에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다. 지난해 약속을 했다고 한들 추정컨대 '등떠 밀려' 동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고객이 대출청약철회권을 행사하는 즉시 계약이 취소되고 이로 인해 담보권이 효력을 잃게 된다면 은행들은 거액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16개 은행들이 단체행동(?)까지 감행하자 금융당국이 코너에 몰렸다. 당국은 담보권 문제가 염려된다면 담보대출은 빼고 우선 신용대출만 먼저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담보대출도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음이 바뀔 경우를 대비해 고객이 청약철회권을 원한다면 그 고객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계약서를 쓰고 대출금을 일주일 후에 내주자는 것이다. 고객은 일주일 동안 마음이 바뀌면 철회하면 되고, 은행은 대출금 회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외국에서도 이런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두 가지 제안 모두 거부했다.

은행들이 지난해 제도도입에 동의했던 이유는 대출청약철회권이 포함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국회에서 발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은행으로선 20대 국회에서 재발의 된다면 그때 국회를 상대로 설득하면 된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은행연합회 담당자가 대 놓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자꾸 문제 삼으려 하냐"며 이슈화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소법이 발의됐을 때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제도 도입에 합의했을 때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였다. 은행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논의 자체를 거부하면 결국은 금융소비자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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