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도 구조조정…줄줄이 '감원 한파'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서진욱 기자 | 2016.05.23 03:00

직원 수·사무실 줄이고 허리띠 졸라매는 스타트업…거품 현실화 vs 투자시장 개편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국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업계에도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쳤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력 감축, 사무공간 축소 등 비용 절감에 나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등에 업고 창업 시장이 과열되면서 우려돼 왔던 '스타트업 거품론'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체적인 투자 위축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스타트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투자 시장 개편에 따른 조정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유명 벤처캐피탈(VC)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는 스타트업 A사는 전체 직원의 25%를 줄이는 인력 감축에 나섰다.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비용 절감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또다른 스타트업 B사의 경우, 인력 감축과 함께 사무실 임대공간까지 절반으로 줄였다. 이 회사는 그동안 수익모델보다는 서비스 완성도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구조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 역시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스타트업 중 한 곳은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후 본격적인 인력 충원에 나서려던 계획 자체를 아예 보류했다.

스타트업들이 주로 찾는 부동산 중개 사이트 관계자는 "최근 사무실을 옮긴 스타트업 10곳 중 9곳은 임차 공간을 줄였다"며 "투자가 줄어들면서 비용을 아끼려는 곳이 많아진 탓"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벤처투자 중 서비스 완성 또는 정착 단계에서 필요한 투자금(시리즈A 이상) 집행이 줄어들면서 스타트업들이 생존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VC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기업가치가 150억~200억원 정도로 추가 투자를 받으려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부 사업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도 매출 성장이 지지부진할 경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다수 스타트업이 이미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용 절감 요구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가장 먼저 인력 감축에 손을 대는 이유는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인건비 비중이 무려 90%에 달하기도 한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 자료 취합)
국내 스타트업 규모는 외형적으론 크게 성장했지만 사업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외 스타트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수는 2000년 8798곳에서 2015년 3만1260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평균 매출액은 2010년 72억2000만원에서 2014년 71억9000만원으로 떨어졌고, 평균 직원 수는 27.3명에서 24명으로 줄어드는 등 정체 국면에 빠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벤처투자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발생되는 일시적 조정 현상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전체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줄었다기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나 스타트업에 벤처 자금이 쏠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

벤처업계의 한 CEO(최고경영자)는 "예전에는 O2O 등 모바일과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등 미래기술 분야에 골고루 투자금이 배분됐다면, 지금은 같은 O2O라도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쪽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 업계도 일부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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