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대출, 마이너스 금리…"그래도 돈은 돈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6.05.22 09:00

[행동재무학]<141>이자제한법 적정 최고금리 수준은?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금융기관 대출 최고금리는 27.9%(대부업법) vs 개인 사채 최고금리는 25%(이자제한법)”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출 최고금리는 금융기관이냐 일반 개인이냐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지만 모두 20% 후반 대다.

이것도 그나마 30%대에 머물러 있던 최고금리를 19대 국회에서 낮춘 결과이다.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2014년 30%에서 25%로 내렸고, 대부업법 최고금리는 올해 3월 34.9%에서 27.9%로 인하했다.

그럼에도 최고금리가 여전히 높다는 불만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현재 1년 예금 금리가 고작 1% 중반 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 후반 대의 대출 최고금리가 상대적으로 과다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그렇다. 현행 최고금리로는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즉, 이자가 불어나 원금보다 많아지는 시기가 불과 3년이면 도래한다. 가령 1000만원을 27.9% 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34개월(2년10개월)째부턴 이자가 원금을 추월하게 되고, 25% 금리일 경우엔 38개월(3년2개월)째부터 이자가 원금보다 많게 된다.

이러니 최고금리가 높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연례행사 격으로 최고금리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온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에 앞서 이자제한법 최고금리를 25%에서 20%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부업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추가로 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어느 수준이 적정 최고금리가 될까?

#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빌려 주지 말고”, “돈을 빌려 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지니”

아파트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때 우리는 금융기관에 이자를 지급한다. 반대로 저축을 하거나 투자를 할 때는 이자를 받는다.

이처럼 현대 경제생활에서 이자는 지극히 당연한 개념이 돼 버렸다. 돈을 빌려주고 폭리를 취하는 건 나쁘지만 적정한 이자를 취하는 건 정당한 대가로 여긴다. 어느 누구도 이자없이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걸 정상적이라고 보지 않는 세상이다.

하지만 세계 3대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모두 한결같이 단 1원의 이자도 취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기독교의 성경이나 유대교의 경전에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이슬람교의 코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돈을 빌려주고 7년이 지난 뒤에는 남아 있는 부채마저 전부 면제하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자를 금지하는 건 현대의 경제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이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야 이자가 없는 게 유리하겠지만, 입장을 바꿔 이자가 없다면 아무도 돈을 빌려 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자가 없다면 돈이 돌지 않아 경제생활은 곧 마비가 될 게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예상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취하지 않는 일이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 (사실 은행에 돈을 맡긴다고 이자가 항상 붙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선 개인용 당좌예금(checking account)엔 이자가 붙지 않는다.)

특히 이슬람교의 교리를 충실히 따르는 신자들 가운데 이자를 취하지 않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은행에 돈을 맡길 때에도 이자를 붙이지 말 것을 특별히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학자금이나 주택 구입자금 충당을 위해 대출이 필요한데도 이자 때문에 대출을 꺼리는 이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들 모두 종교적인 교리와 현실 경제생활과의 차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최근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은 이자를 받지 않는 은행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미시건주에 위치한 유니버시티은행(University Bank)라는 작은 지역 은행은 그 지역에 사는 이슬람교 신자들을 위해 무이자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은행에서 모기지론을 대출받아 30년간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아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슬람교 신자들 가운데 이자를 금지한 교리 때문에 집을 구입하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유니버시티은행은 이들의 사연을 듣고 이들을 위한 이자가 붙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특별한 금융상품을 만들었다. 이 상품은 대출이 아니기에 대출계약서도 쓰지 않고 당연히 이자를 지불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월세를 내는 것과 같이 매월 일정 금액의 임대료(rent)를 지불하고 그 임대료만큼 주택 소유권을 취득한다. 혹자는 이자가 임대료(rent)라는 명칭으로 탈바꿈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상품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이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미시건주의 조그만 은행은 이 금융상품으로만 거의 1조원에 달하는 실적을 거뒀고 판매지역도 미국 전역의 16개주로 확장했다. 그리고 조만간 7개주가 추가될 예정이다.

그리고 국영 모기지업체인 프레디 맥(Freddie Mac)은 이 상품을 다른 모기지론처럼 유니버시티은행으로부터 구입해주고 있다. 따라서 유니버시티은행은 이자가 없는 금융상품을 팔아 결코 손해를 입지 않는다.

# “유럽과 일본에선 마이너스 금리라는데...”

위 사례는 '이자가 없는 대출'이라는 현대의 경제상식으로는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경제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런데 이자가 없는 금융상품보다 더 말이 안 되는 게 바로 마이너스 금리다.

마이너스 금리 하에선 가령 1000만원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는 고사하고 돈을 찾을 때 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한다. 오히려 페널티를 받는 셈이다. 이는 이자금지법이나 이자가 없는 경제생활보다 더 불합리한 개념 아닌가? 비정상도 한참 비정상적이다.

지금 유럽은 수년째 지속된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의 경제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극단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더 말이 안 되고 더 비정상적인 '마이너스 금리' 경제생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처럼 세상에는 '이자가 없는 대출'이나 '마이너스 금리'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이것들이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이 협소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우리의 경제상식이라는 게 그저 우리가 보고 배운 것에 국한돼 있을 뿐이니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다시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추가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부업계에선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대부업이 위축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거라며 반대한다. 한마디로 돈이 제대로 돌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위의 사례는 대출에 이자가 없고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가 붙는다 해도 돈은 제대로 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돈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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