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노동 존중 경영’ 시도 참신

머니투데이 이근덕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 2016.05.19 04:22
지난 4월27일 서울시가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을 발표했다. 올해 10월부터 서울시 산하 15개 공사·공단·출연기관에 노동자 대표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에서 경영의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근로자이사제’라 명명했고 그 취지는 참여형 노사관계로 노사갈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낮은 단계의 노사공동결정제도다.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를 골자로 한 ‘근로자이사제’는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한 제도다. 유럽연합(EU) 가맹 28개국 중 18개국에서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음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좀 낯설다. 서울시가 이 제도 도입을 위해 2년여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왔음에도 과연 이 제도가 성공할지 그리고 지속될지 의문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의 발표 후 일부 보수학계에서 즉각 경영권 침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의견을 냈고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현 서울시장의 행보에 대해 견제의 목소리도 쏟아져나오니 출발부터 어려움이 느껴진다.

또한 노사공동결정제도가 도입될 만큼 우리의 사회적 합의 풍토가 마련되어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그 경험이 일천할 뿐 아니라 몇 차례 어설픈 시도로 오히려 사회적 합의에 대한 회의마저 팽배하니 ‘근로자이사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그 산도 넘어야 한다. 아울러 법률의 지지가 없는 상태로 서울시 조례와 산하기관들의 정관 개정으로 제도를 추진해야 하는 점, 관행을 깨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현장으로부터의 요구’와 ‘정책적 의지’가 맞아떨어져야 추진력이 생길 텐데 서울시의 의지만 너무 앞선 것 아닌가 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과연 현장에선 이 제도의 시행을 환영할까. 아니면 진정성을 의심할까.

더 중요한 문제는 다름아닌 노동계의 준비다. ‘근로자이사제’가 단지 노동계 몫으로 이사 자리를 마련한 것이거나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경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계획·예산·정관개정·재산처분 등 의사결정에까지 관여한다면 그 참여자는 경영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 식견을 갖추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교육을 시행한다지만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니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또한 노동자 대표의 참여라 할지라도 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경영의 결과에 대해서는 적어도 n분의1(이사 수)만큼의 책임은 져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경영참여의 경험을 자랑하는 분위기는 있으되 경영참여에 따른 책임을 중요시하는 풍토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니 이 또한 고민할 문제다. ‘전문성’과 ‘책임’의 바탕 없이 노동이 경영에 참여하면 순탄할 수 없고 성숙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쁜 결정이라 해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많은 어려움이 닥쳐오겠지만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문제다. 노사관계에서 ‘노동을 존중하는 경영’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는 요즈음 서울시의 시도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참신함이 있다. 특히 공기업의 투명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와 노사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영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는 노력만큼은 이 제도의 성패를 떠나 소중하며 기대도 된다. 좋은 성과로 객관적 지지를 얻어 제도가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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