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이력을 지닌 두 나라의 저자들은 시간, 공간, 주제에 제약받지 않는 논의를 나눈다. 논의의 초점은 오늘날도 이상을 실현하는 혁명이 가능하냐는 문제에 맞춰진다.
저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실상 ‘자유’와 ‘자주’ 개념과 결별했다고 짚는다. 자본과 기술이 공모해 인간의 생활을 통제하는 환경에서 감정과 정신은 쇠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결국 자본과 기술로 인해 감정, 정신뿐 아니라 이상마저 상실한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그러나 근대적 인식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혁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상, 이성, 진리, 조화, 보편 등 근대에서 비롯된 개념들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유를 확장하며 혁명의 방향을 찾는다.
책은 중국을 둘러싼 세계의 현 상황을 진단하는 과정도 보여준다. 레지 드브레는 세계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패권의 영향 아래에 있지만, 정신적으로 혼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닮았다고 짚는다. 자오팅양은 중국의 한 속성이 된 서양 문화를 해석하고 조화시키는 것이 현재 중국이 놓인 과제라고 말한다.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 자오팅양·레지 드브레 지음. 송인재 옮김. 메디치 펴냄. 272쪽/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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