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논문 과외만 300만원…허리 휘는 학부모"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6.05.19 03:55

[학생부전형 스펙탐구]①R&E 및 소논문

편집자주 |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반대론자들은 이 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비교과 활동을 쌓는 게 결국 부모의 재력이나 관심과 큰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맞선다. 이에 소논문, 독서활동, 동아리활동 등 대표적 비교과 활동의 실태를 점검한다. 

특수목적고에서만 시행되던 고비용의 R&E(Research&Education·과제연구) 수업이 일반고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실험을 이끌 전문 강사나 실험실이 부족하다보니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사교육 업체가 R&E 대비 수업을 개설하는 등 부차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다수의 사교육계 종사자에 따르면 학원이나 컨설팅업체가 고교생 소논문 컨설팅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돈은 통상 편당 100만원 안팎이다. 대학 출강 강사가 지도하거나 논문 완성까지 책임져주는 경우에는 30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주로 논술학원이나 이공계 전문 학원, 학생부종합전형 전문 학원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의 논문을 대필을 하던 업체들이 중·고생 대상으로 내려와 논문 지도를 맡아주기도 한다.

R&E 수업은 대부분 소논문 작성으로 귀결되는데 이를 위해 학원들은 주제 설정, 내용 서술, 참고문헌 검색 등 각 과정에서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한 사교육업체 컨설턴트는 "주제를 직접 지정하기보다 학생이 관심있을만한 몇가지 주제를 제시해 스스로 정하도록 유도한다"며 "참고 문헌 등도 주제에 맞는 몇가지 예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소논문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R&E는 과학고나 영재고 등 특수목적고에서 대학 실험실과 연계해 시행하던 수업 방식이다. 학생이 대학의 실험에 참여하고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관련 체험을 하고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특목고는 박사 학위를 가진 교사 정원과 대학 실험실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 등이 법적으로 보장돼있기 때문에 이 같은 활동이 가능했다.

이후 R&E가 대입에 도움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반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소논문을 쓰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대학 지원 시 소논문 원문을 제출하지는 않지만, 한 줄이 아쉬운 학생들은 교사가 소논문에 대한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한다는 것만으로도 입시 준비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 경험이 있는 한 서울대 교수는 "학생을 뽑을 때 중요한 것은 학생의 우수성뿐 아니라 전공 적합성"이라며 "만약 우리 학과의 관심사와 딱 맞는 소논문을 쓴 학생이 있다면 당연히 한번 더 눈길이 갈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도 소논문 작성에 뛰어들게 됐다. 하지만 일반고에서 R&E 수업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수나 실험실 섭외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한 고교의 과학교사는 "대학 실험실을 사용하기 위해 문의를 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며 "실험실에서 사고가 날 경우 보험이나 비용 처리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사 환경이 조성됐다하더라도 이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공립고인 K고는 R&E(Research & Education) 활동에 참가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팀당 400만원의 참가비를 요구했다가 '고액'이란 이유로 언론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논란 이후 교육부는 관할 교육청인 서울시교육청에 "학부모 부담 R&E 활동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K고 학생들을 다수 컨설팅하는 조모 컨설턴트는 "1년 동안 팀당 400만원이면 실험실 이용비, 교수 지도비 등에 들어가는 돈인데 플라스크 몇개밖에 없는 학교 실험실의 열악한 현실을 생각할 때 이 비용은 큰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소논문은 의대에 지원할 일부 상위권 학생들이 학생부에 차별을 두려고 찾는 활동인데 언론에서 이번 사건이 부풀려지는 바람에 K고 R&E반이 문을 닫아 학생들이 되레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R&E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당국은 R&E 비용을 수익자가 부담하지만 않으면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별도 비용 없이 교사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유도해 소논문을 완성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원하는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액에 대한 교육당국의 지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자사고의 한 교사는 "R&E 관련 방침을 시교육청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여기서 말하는 과도한 비용이 얼마인지 되물었더니 교육청에서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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