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철회권으로 대출금 떼일라" 16개 은행 집단반발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권다희 기자 | 2016.05.18 03:43

대출청약철회권 상반기 도입 물건너가.. 담보권 놓고 민법해석 이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나서 일주일 안에 마음이 변하면 취소할 수 있는 대출청약 철회권이 은행들의 집단반발로 다음 달 안에 도입되기가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대출이 취소되면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대출이 취소되면서 담보권까지 없어져 돈을 떼일 위험이 있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우선 담보권 문제가 없는 신용대출에 대해 대출청약 철회권을 먼저 도입한 뒤 다른 대출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및 지방은행들과 주택금융공사 등 16개 은행들은 지난주 금융위원회에 올 상반기 안에 대출청약 철회권을 도입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전달했다. 은행연합회가 주도해 각 은행별로 담당자 서명을 일일이 받아 제출할 정도로 은행권의 반대 입장이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청약 철회권이란 은행, 증권, 카드사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7일 안에 철회할 수 있는 제도다. 대출자가 근저당 설정비와 일주일치 이자를 부담하면 아예 대출이 없었던 것처럼 소급 적용돼 무효가 되기 때문에 대출자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제도는 과도한 대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정치권에서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최근 기용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대출청약 철회권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을 2013년에 발의했다.

금융위와 금융회사들은 지난해 9월에 대출청약 철회권을 올 6월말까지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반발로 올 상반기 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금소법이 이번 19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워 대출청약 철회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금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우려하는 것은 대출청약 철회권이 행사된 뒤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출자는 서면,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대출청약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효과는 철회권 행사 즉시 발생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 계약이 무효가 된다.


은행들은 특히 민법상 주계약인 대출계약이 무효가 되면 부속계약인 근저당계약도 자동해지될 수 있다며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계약도 해지되고 담보권도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근저당권이 해지되면 담보대출이 사실상 신용대출로 전환이 되고 은행은 담보권이 없는 상태라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담보대출은 금액이 신용대출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은행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대출청약을 철회한 뒤 3일 안에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자로 신용정보가 등록되긴 하지만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았을 때 대출계약이 다시 부활하는지에 대한 법적인 해석도 모호하다. 나쁜 마음을 먹으면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거액을 빌렸다 대출청약을 철회하고 빌린 돈은 갚지 않은 채 써버리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위험이 적지 않다는게 은행권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출청약 철회권은 처음부터 금소법과 별개로 추진한 만큼 금소법의 국회 통과와 별개로 도입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주계약인 대출계약 해지시 부속계약인 근저당계약이 자동해지 되는 문제에 대해선 민법에 주계약이 무효가 돼도 반드시 부속계약이 자동해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특별조항이 있고 이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근저당계약 자동해지에 대해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금융회사들은 대출청약이 취소된 뒤 원리금을 못 받았을 때 담보권 행사와 관련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청약 철회권이 도입되면 일부 소비자가 단기간에 거액의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로인해 은행 영업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 보니 금소법이 재논의되기 전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명확히 하고 싶은 게 은행들의 속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출청액 철회권 도입을 위한 표준약관 제정이 예정보다 많이 지연된 만큼 우선 이견이 없는 신용대출에 먼저 적용한 뒤 담보대출로 확산하는 방안이 최근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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