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더티 디젤" 경고, 한국은 "클린 디젤" 역주행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6.05.17 06:01

[클린디젤의 배신①-거꾸로 가는 한국 시장]국내 등록차량 2대중 1대는 디젤차..."친환경차 대안 나와야"

편집자주 |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뿜어내는 디젤 승용차.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 영역을 넓혀 왔지만, 연비조작과 배출가스조작의혹이 잇따르면서 소비자의 배신감이 커지고 있다. 디젤차의 실상을 짚어보고 건강한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 육교 위에서 수도권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버스 진입금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초미세먼지 진원지인 경유 버스는 전국에서 1만 8,000여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특히 전국 경유 버스의 3분의 1이 넘는 6,999대가 경기도·인천·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운행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서울시는 현재 모든 시내버스가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로 교체돼 7,482대 버스 중 경유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2016.5.16/뉴스1
지난해 하반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세계 각국에서 '디젤차(경유차)'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디젤 승용차가 활개치고 있다.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포장한 자동차업계의 마케팅과 정부의 안이한 정책 , 값싼 연료와 연비를 우선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맞물려 '클린 디젤(청정 경유차)'이란 허구가 자리를 잡았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젤차 판매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 183만대 중 디젤차는 96만2127대로 52.5%를 점유했다. 두 대 중 한 대가 디젤차였다는 얘기다.

2010년 국내 디젤차 비중(31.7%)은 30%를 갓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수입 디젤차가 인기를 끌면서 2013년 43.5%로 가솔린(42.5%)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하반기 터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파문 이후에도 국내 디젤차 열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신규등록 차량(46만9564대) 가운데 디젤차(24만1094대)는 51.3%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소폭 줄긴 했지만 여전히 가솔린차보다 많이 팔렸다.

이런 현상은 디젤차 판매 비중이 압도적인 독일 등 유럽 수입차들의 마케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가솔린 중심의 일본 수입차가 시장을 독식했던 2010년 이전엔 디젤차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2009년 국내 수입차 중 디젤차는 점유율이 22.4%에 불과했다.

현대·기아차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하곤 디젤 엔진을 적용한 세단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수입 디젤차 비중은 지난해 62.1%로 급상승한 데 이어 올 1분기 69.4%로 70%에 육박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은 가솔린에 비해 ℓ당 가격이 200원 가량 싸고 연비는 20% 가량 높다"며 "연료값과 연비에 민감한 30~40대 젊은층이 수입차 주된 고객으로 등장하면서 디젤차가 각광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계자는 "독일 4사 등 일부 유럽차 브랜드의 디젤 엔진 비중은 80~90%에 달한다"며 "수입 디젤차가 '고성능·고연비·친환경'의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인식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한국이 디젤차 천국이 됐다"고 말했다.


디젤차의 국내 시장 질주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과는 정면으로 역행한다. 세계 최대 양대 자동차시장인 중국과 미국은 디젤차 판매 비중이 미미하다. 미국 디젤차는 전체의 2.75%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 확대해 봐도 70%에 육박하는 가솔린차 비중이 압도적이다. 디젤은 20% 정도에 그친다.

디젤 엔진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디젤차 시장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프랑스 자동차공업협회(CCFA)에 따르면, 서유럽 17개국의 디젤차 판매 비중은 2011년 55.7%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2년 55.2%에서 2013년 53.3%까지 하락했다.폭스바겐 사태가 터진 지난해에는 53% 수준으로 점유율이 더 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조사기관인 LMC오토모티브는 서유럽의 디젤차 판매 비중이 2022년에는 35%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금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로 디젤차 개발과 판매를 장려했던 유럽 각국이 환경 규제로 정책 방향을 선회해 각종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디젤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가솔린에 비해 적지만 초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많아 환경 유해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중국 환경보호성은 2017년부터 베이징과 상해 등 대도시의 배출가스 규제기준으로 '유로6'와 동급인 '국6(National 6)'를 도입키로 했다. 미세먼지와 NOx로 대기오염 문제가 커지자 당초 2020년으로 예정됐던 도입 계획을 3년 앞당긴 것이다.

독일자동차연방청은 지난달 폭스바겐 외 완성차 업체의 디젤 차량 53대에 대해 배출가스 조작여부 추가 조사했다. 독일 정부는 배출가스가 심한 지역에 '유로6' 이전 기준의 디젤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법령을 올해 도입할 계획이다.

디젤차 판매 비중이 40%를 넘는 인도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대법원이 대도시에 대형 디젤차 등록을 금지하는 명령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오는 7월부터 배출가스 테스트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폭스바겐 사태나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한국닛산 배출가스 불법 조작 의혹처럼 '클린 디젤'의 허구가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완성차 업계와 정부, 소비자가 제각각 허위의 '디젤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연료가 싸고 연비가 높은 디젤차를 여전히 선호하고 대안도 뚜렷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디젤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차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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