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은 울리나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 2016.05.16 04:12
우주의 모든 사물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일이 없고,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사랑도 영원하지 않고, 젊음도 영원하지 않다. 세상만사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긴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위대한 기업이라도 몰락의 과정을 겪는다.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아무리 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졌다고 해도 끝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키지는 못한다. 모토로라가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고, BOA가 그랬다. 지금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있는 애플도 성장이 정체되는 과정을 거쳐 언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위대한 기업, 세계 최고 기업이 몰락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성공에 대한 자만심 때문일 수도 있고, 지속적인 혁신에 실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성공에 도취돼 화를 자초한 경우도 있다.

인력감축과 사업부문 통폐합에 합병과 빅딜까지 거론되는 대한민국의 조선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6조원의 영업손실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영원히 조선분야 세계 최고 기업의 자리를 지킬 줄 알았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일본 조선업이 내리막길을 걷는데 힘입어 2000년 이후 초고속성장을 했고 2006~2007년 황금기를 맞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으나 해양플랜트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사업에 힘입은 조선업의 부활은 착각이었다. 기술과 경험부족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게 되고 품질저하 문제까지 겹쳐 해양플랜트 사업은 거액의 손실을 내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중국 조선사들이 치고 들어왔다. 일본 조선사들도 엔저 경쟁력에 힘입어 위협적 존재로 재등장했다. 특히 중국 조선사들은 막대한 선박 발주를 해주는 자국 해운사들 지원과 벌크선을 넘어 고부가가치 첨단 선박까지 제작하는 기술력, 거의 무한대로 선박금융을 지원하는 자금력까지 갖춤으로써 대한민국 조선사들을 추월하는 강자로 등장했다.


올 들어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신규수주 면에서 시장점유율이 5%에 그쳐 50%에 육박하는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의 절벽’에 맞닥뜨리고 말았다. 성장의 절벽 앞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2가지다.

우선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방법으로 절벽을 건너뛰는 것이지만 해운플랜트 사업까지 적자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상황에서 이건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조선사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다운사이징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경쟁력을 잃은 ‘올드 GM’은 매각하고 자생력을 확보한 ‘뉴 GM’을 살린 것처럼 말이다.

업계 전체적으로는 해양사업부문 통폐합이나 방위사업부문 빅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리 봐도 이제 우리나라 조선업이 중국을 따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조선업의 전성기는 끝났다.

문제는 성장의 절벽 앞에 서고 중국 기업들에 추격당할 상황에 놓여있는 업종이 조선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해운업과 철강업, 일시적 호황을 누리는 석유화학산업, 나아가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심지어 자동차산업까지 시간차를 두고 같은 운명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도 정부도 명심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조선·해운업에 울리고 있는 조종(弔鐘)은 철강 스마트폰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업종을 위해 울리는 종소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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