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석유전쟁②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2016.05.11 09:30

[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br>
세계 최대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전쟁 중입니다. 이웃 예멘에서 실제로 작년부터 전쟁을 수행해 왔을 뿐 아니라, 석유시장에서도 치열하게 다투는 중입니다. 미국, 러시아, 이란, 이라크 이 네 곳이 모두, 원유시장에서는, 사우디의 적국들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한 사우디의 석유전쟁은 제법 성공적입니다. 미국의 원유시추공 수가 무려 5분의1로 쪼그라들었고, 일평균 원유생산량은 80만 배럴 가량 감소했습니다. 이 둘은 지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원유시장 과잉공급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란과 러시아입니다. 사우디의 시장을 계속 잠식하는 중입니다.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 비중이 15.9%에서 15%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러시아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0.6%에서 13%로 뛰었습니다.

경제제재에서 풀린 이란도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역시 유럽과 아시아 시장의 사우디 몫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 들어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은 8.6%로 두 배나 높아졌습니다. 사우디는 일본시장에서도 점유율이 대폭 떨어졌습니다(37.6 → 33.7%).

그러니 사우디가 시작한 가격전쟁,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치킨게임은 이제 사우디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복잡한 구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사우디의 원유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이란이 사우디와는 종교,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도 적대관계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이란과 함께 사우디 원유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란과 군사 및 외교적으로 동맹관계에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러시아 동맹의 대립구도가 원유시장으로 확장된 셈이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장관인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석유정책까지 총괄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사우디는 지난 4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 회의에서 "이란의 참여 없이는 동의할 수 없다"며 원유생산량 동결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이란은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까지 생산을 늘리기 전에는 산유량 동결에 합의할 수 없다"고 맞섰죠.

그런데 사우디의 석유장관 교체 발표 하루 전 이란은 "산유량을 목표 수준으로 회복시켰다"며 "이제는 생산량 동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휴전이 가능할까요? 원유시장이 다시 흥미롭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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