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쪼개기·페이백…'김영란법 편법' 막을 수 있나?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 2016.05.10 18:02

[이슈더이슈 - 김영란법②] 비용 상한선만 정해…편법에 '속수무책'

/그래픽=뉴스1 최진모디자이너


#2016년 12월,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한 대기업의 A부장은 중앙부처 관계자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를 마친 후 계산서를 보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제한된 식사비 6만원(3만원x2인)을 훌쩍 넘긴 약 12만원의 금액이 나왔다.

김영란법에 위배되긴 했지만 A부장은 당초 부하직원인 B과장이 동석하려다 빠진 것을 감안한 총액 9만원에 맞춰 식당 관계자에게 날짜를 다르게 한 영수증 2장으로 계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A부장과 친분이 있던 식당 주인은 흔쾌히 영수증을 나눠 끊어줬고 두 사람은 별 걱정없이 오후 일정을 위해 헤어졌다.

#같은 시기, 국내 대기업 C사는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에게 명절 선물로 멸치세트를 보냈지만 앞으론 10만~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C사가 상품권을 택한 이유는 수표와 다르게 계좌추적이 되지 않고 받는 이가 현금처럼 쓸 수 있어서다. 게다가 우편으로 보내지 않는다면 전달했다는 증거가 전혀 남지 않아 김영란법을 피해가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오는 9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9일 공무원·국회의원·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의 직무 관련 접대비 한도를 식사 비용 3만원, 선물 금액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27일 공포됐고 1년6개월이 경과되는 시점인 오는 9월28일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각계는 김영란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이지만 권익위에서 비용 상한선만 제시한 탓에 오히려 편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김영란법이 앞으로 남은 국회 본회의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을 거쳐 실제 적용될 때까지 변수가 많은 만큼 시행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입법예고된 내용대로 시행된다면 편법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지난 9일 공무원·국회의원·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의 직무 관련 접대비 한도를 식사 비용 3만원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김영란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허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재계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과 상관없이 이미 공무원들은 본인의 이름이 아닌 가명을 이용해 골프 접대를 받고 있다"면서 "이대로 시행되면 편법이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미 접대비를 축소하는 다양한 편법들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제대로 작용될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알려진 편법 방법들만 나열해도 다양하다. 영수증 날짜를 조정하거나 여러 업소로 나눠 따로 계산하는 방법은 기본이다. 회사의 법인카드를 여러장 가져가 업소 주인이 갖고 있는 여러 사업자 명의별로 나눠 계산하는 방식도 있다.

접대자리에서 서로 더치페이로 계산한 뒤 접대하는 측에서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식사비를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 계열사나 관계사끼리 카드를 빌려주는 '품앗이 결제'도 김영란법을 문제없이 피해갈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지적이다.

업소에서 협조하면 방법은 더욱 간단해진다. 인근 유흥업소나 식당에서 영수증을 나눠 발행한 뒤 사후 정산하면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고위 공무원은 "사법당국이 모든 식사자리와 모임을 조사하지 않는 이상 위반 사항에 대한 현장적발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신고나 제보에 의한 사후적발로 접근할텐데 위법의 기준을 사법당국이 판단할 수밖에 없어 논란의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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