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암 환자 진단 없이 수술방식만 갑론을박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 2016.05.11 07:30

[TOM칼럼]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금 위기에 빠진 해운·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이다. 여러 실행방안이 제시되고 각계각층의 의견 또한 분분하다. 하지만 정작 구조조정의 근본 원인에 대해선 서로 입을 다문다.

우리나라 해운업과 조선업의 위기가 세계 경제의 경기 순환 탓인지 아니면 이젠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해 사양화된 것인지 어느 누구도 정확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 않다. 경기 순환 탓이라면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버티면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서둘러 정리하는 게 옳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 분석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그저 실행방안에 대해 갑론을박만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비전문가까지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고 있어 배가 산으로 갈 태세다.

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의 지적대로 그 실행방안 결정도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 답답하기 그지 없다(☞관련기사: 해운업 구조조정, "모두 청와대만 바라보는 형국"). 정부 관료와 청와대가 무슨 해운·조선업 전문가도 아니요 더군다나 구조조정 전문가는 더더욱 아닌데도 말이다.

해운업과 조선업이라는 중증 암(癌) 환자가 있는데 정확한 병 진단도 하지 않은 채 환자를 수술대에 눕혀 놓고 수술부터 하겠다고 서두르는 꼴이다. 게다가 수술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수술 메스를 들고 있는 이는 전문의 외과의사도 아닌 청와대와 정부 관료 등 비전문가들뿐이다. 아찔하다.

지난달 26일 아이폰 제조업체인 애플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든 실적을 발표했다. 애플 주가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8일 연속 하락했고 억만장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은 애플 주식 전량을 처분해 버렸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애플호가 침몰한다며 서둘러 뛰어내렸다.


애플의 성장 신화가 무너지면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현장에선 애플의 성장세가 꺾였냐는 질문이 단도직입적으로 쏟아졌다.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에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CEO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돼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은 세계 경제 경기순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의 성장 정체는 일시적이요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애플은 재성장할 것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고 말하며 애플호가 침몰하는 게 아니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어떤 현상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이 글귀는 고대 페르시아 우화에 나오는 말이다. 아주 옛날 고대 페르시아의 한 왕이 신하들에게 슬플 때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반지를 만들 것을 명령했다. 심사숙고 끝에 신하들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 왕에게 바쳤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논의 과정을 보면 애플의 쿡과 같은 책임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구조조정의 시급성만을 강조할 뿐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구조조정의 근본 원인에 대한 책임있는 진단이 빠진 실행방안은 겉돌 수밖에 없고 또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비전문가인 청와대와 정부 관료가 수술 메스를 들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말한들 그 누가 믿겠으며 나중에 그 무거운 책임을 또 무슨 수로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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