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태국 대만…라인타고 아시아 흐르는 네이버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6.05.14 03:43

출시 5년 만에 아시아 1등 메신저로…O2O 등 신규서비스로 영향력 키우기

#태국 IT회사에 근무하는 팟사라곤 찌라티왓씨(28)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스마트폰 속 라인 메시지를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간밤에 협력사들의 업무 내용부터 친구들의 메시지까지 다양한 대화들이 찌라티왓씨를 기다리고 있다. 출근길에는 라인을 통해 직장 동료들과 회의 시간을 조율하고 회의 자료를 전달받는다. 이동 시간에도 휴대폰으로 자료를 바로 검토할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라인페이로 간편하게 스타벅스 커피를 사 먹는다. 퇴근 후에는 라인맨을 통해 인근에 위치한 국수집에서 볶음 국수와 맥주를 배달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시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대만인 웬 춘 첸씨(32)도 하루를 라인으로 시작해 라인으로 끝낸다. 아침이면 시리얼을 먹으며 라인으로 그날의 주요 뉴스를 확인한다. 학교로 향할 때면 라인뮤직으로 신나는 팝음악을 들으며 우울한 출근길을 달랜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는 라인망가를 통해 요즘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를 살펴본다. 트랜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저녁에는 라인앳 이벤트에서 받은 쿠폰으로 친구들과 저렴한 값에 신상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즐긴다. 잠들기 전이면 라인의 셀카앱 B612로 ‘침대셀카’를 찍어 SNS에 공유한다.

라인이 일본, 태국, 대만 등 아시아인들의 ‘국민 메신저’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로 출시 5주년을 맞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본사 소재지인 일본 외에도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

◇라인 타고…네이버 아시아에 DNA 심는다=태국에서는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3300만명이 라인을 사용 중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 라인 사용자 비율을 따지면 80%가 넘는다. 대만에서도 국민의 74%에 달하는 1700만명이 라인을 쓴다. 특히 대만에서는 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라인을 소통 채널로 활용할 정도다. 지난 2월에는 지진 현장에서 라인을 통한 구조 사례가 이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폰’으로 유명한 블랙베리의 메신저 ‘BBM’이 독주했던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약진도 돋보인다. 라인은 BBM과 근소한 격차로 2위에 오르며 블랙베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라인의 이 같은 활약은 해외 매출 증가로 이어지며 네이버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분기매출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 기업 중 첫 글로벌 기업이 배출됐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세계인이 인정하고 함께 쓰는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로 도약했다는 것. 실제로 아시아 각국에서 라인의 점유율이 높아지며 네이버를 상징하는 녹색마크를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O2O로 더 깊게 파고든다=아시아인의 일상에 스며든 라인은 이제 O2O(Offline to Online) 등 각종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택시호출 서비스인 라인택시를 비롯해 간편결제서비스인 ‘라인페이’, ‘라인바이토’, ‘라인음식예약’ 등 다양한 O2O 서비스를 선보이며 실생활에 더욱 깊게 파고들고 있다.


신시장으로 떠오른 태국에서는 심부름 서비스인 ‘라인맨’을 최초로 도입했다. 태국은 외식 문화가 발달한 만큼 음식 배달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인페이는 곧 방콕의 대중교통 수단인 지상철 BTS 티켓을 대체할 전망이다. 라인은 태국 BTS 그룹과 합작회사 ‘래빗 라인 페이’를 설립해 제휴 업체 총 4000개를 확보한 상태다.

라인 서비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네이버는 네이버 자체 서비스까지 하나둘 론칭하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베트남, 태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 ‘브이’(V)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기계번역 시스템을 도입,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언어의 장벽 없이 브이를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라인 타고 K콘텐츠도 쑥쑥…성장스토리 새로 쓴다=라인은 콘텐츠 한류(K콘텐츠)의 핵심 플랫폼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라인의 성공과 함께 국내 콘텐츠나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를 떨치는 작가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일본과 대만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라인망가’를 통해 해당 국가에서도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다. 네이버가 발굴한 일러스트 작가 ‘퍼엉’은 미국 크라우드펀딩업체인 킥스타터에서 한 달 만에 13만 달러의 후원금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한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네이버 ‘브이’ 실시간 스트리밍이 또 다른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브이’를 통해 인기를 얻은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베트남 현지에서 쇼케이스를 갖기도 했다. 네이버가 K콘텐츠 수출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 과열로 정체기에 몰린 모바일 게임사들도 라인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데브시스터가 개발한 ‘쿠키런’을 비롯해 ‘렛츠겟리치’(모두의마블)은 태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태국 모바일 시장의 한 획을 그은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K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버는 이제 ‘프로젝트 꽃’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창작자 발굴부터 해외진출 등 K콘텐츠 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도 이뤄보겠다는 포부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의 중요한 역할은 젊은 세대의 열정과 노력이 의미 있는 성취로 이어지고 웹툰처럼 창작자들과 함께 글로벌에서 통하는 새로운 콘텐츠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콘텐츠 창작자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오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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