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콘퍼런스]행동주의 투자자 "유럽·아시아 기업 노린다"

머니투데이 로스엔젤레스(미국)=서명훈 특파원  | 2016.05.05 07:00

행동주의 투자비결 "가격 후려치기, 프리미엄 지급 안한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행동주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레이몬드 맥과이어 시티그룹 기업·투자 은행부문 글로벌 대표, 데이비드 파버 CNBC 앵커, 클리프턴 로빈스 블루하버 그룹 최고경영자, 앤 시핸 캘리포니아 주 교원기금 이사, 제프리 스미스 스타보드 최고경영자./사진=서명훈 특파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가격 후려치기’ 덕분이다. 그들이 미국이 아닌 해외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판 다보스 포럼인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모인 월가 헤지펀드 최고경영자(CEO)들이 4일(현지시간) 내놓은 진단이다. 상당수 헤지펀드들이 ‘행동주의’를 투자에 활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고백에 가까운 얘기들이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행동주의 이론을 접목한 헤지펀드는 100개에서 140개로 늘었고 자산 규모는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 행동주의 투자비결? “일부 지분으로 회사 흔들기 덕분”
클리프턴 로빈스 블루하버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행동주의 투자 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공개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모투자펀드(PEF)나 전략적 투자자들은 30~50%의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회사 전체를 인수한다”며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5~10%의 지분만 인수하고 프리미엄도 지급하지 않지만 회사의 방향에 충분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는 만큼 PEF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게 되고 이는 기업이 아닌 투자자 수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 행동주의 투자자들 “유럽·아시아 기업 노린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먹잇감을 더 이상 발견하기 어려워지면서 해외, 특히 유럽과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빈 랜킨 크레딧 스위스 그룹의 글로벌 인수합병(M&A) 부문 공동 대표는 "올 들어 행동주의 투자자의 해외 활동은 30% 증가했다"며 “전통적인 행동주의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해외에서 경영진을 흔들고 인수 합병에 나서거나 이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엘리엇 어소시에이츠와 밸류액트 캐피털, 서드 포인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고 밸류 액트는 영국 롤스로이스에 선박 엔진 사업부를 매각하고 항공기 엔진 사업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서드 포인트는 43년 전 일본에 처음으로 편의점을 도입해 편의점업계의 '시조'로 불리는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이 물러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스티브 크로우스코스 언스트앤영 부회장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과거 헤지 펀드들보다 더 주주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유럽 기업 투자자들은 공개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가치를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는 마땅한 먹잇감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역대 최고점에 근접하면서 해외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싸기 때문이다.

제니퍼 네이슨 JP모건 체이스의 IT 투자 부문 대표는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강력한 메시지와 큰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표면적으로는 변화를 요구하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지분 가치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CEO나 유명한 기업을 목표로 정한다"고 지적했다.

◇ 행동주의도 결국 투자, 올바른 대상 선정이 핵심
행동주의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올바른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로빈스 CEO는 “올바른 기업에 적절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없다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본질적인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을 찾는 것이 먼저고 그 다음이 행동주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동주의가 결국 기업에게 도움이 되고 투자자와 기업 모두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프리 스미스 스타보드 CEO는 “첫 만남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회사가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사회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참여한 것을 결국에는 감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후가 처음에는 우리를 환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 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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