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영향으로 중동발 발주가 끊긴 이후 해외 수주에 목말라 있던 건설업계에게 이란 수주는 엄청난 기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규모는 124억달러(4일 기준)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에 비해 44% 급감한 수준이다. 200억달러 규모 이란 수주가 현실화되면 건설업계의 수주 가뭄 해갈도 기대할 수 있다.
주식시장도 호재에 화답했을까. 이란 수주 승전보를 전한 건설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을까. 답은 아니올시다다. 주가는 오히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 업체 중 이란에서 가장 먼저 축포를 쏘아올린 대림산업 주가는 철도공사, 발전소 양해각서(MOU) 체결을 발표한 지난 3일 '찔끔'(전일 대비 0.1%↑) 오르더니 다음날인 4일에는 6%대 급락했다. 수주 발표 전 8만8900원이던 대림산업 주가(이하 종가 기준)는 이날 8만3300원까지 내려섰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이란 수주 MOU 발표 이후 주가가 이틀 내리 뒷걸음질쳤다. 현대건설 주가는 3일 소폭 하락에 이어 4일 5%대 급락했다. GS건설 주가는 3일 0.6% 되밀린 데 이어 이날 3.25% 추가 하락했다. 한발 늦게 MOU 체결 소식을 알린 대우건설도 3, 4일 모두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들은 건설주 부진에 대해 차익 실현 매물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을 제시했지만 크게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대림산업 주가를 예로 들면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1일 3개월 고점(9만3600원)을 찍은 뒤 이후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주가와 지금 주가 수준을 비교하면 약 11% 후퇴한 수준이다. 현대건설 주가 역시 지난 3월 말 4만2000원대를 기록한 이후 좀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A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주주들이 분기 실적 발표 이후 거듭 매도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이란 수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투자 확신도 약한 상황"이라며 "다만 하나 분명한 점은 호실적, 이란 수주 등과 같은 대형 호재마저 주가 부양을 이끌지 못할 정도로 건설을 비롯한 구조조정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