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평창조직위원장 사퇴…한진해운 직접 챙긴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6.05.03 15:10

(종합)2년 전 국가적 사명감으로 위원장직 수락,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채무 조정 등 현안에 '1인2역' 한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3일 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평창 올림픽 경기장 현장과 서울을 오가며 그룹 현안을 처리하는 데 물리적 한계를 느낀 데다 사재 출연 여부와 관련한 논란이 겹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 지난해와 올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임금협상 논란에도 위원장직을 유지해 왔지만 결국 그룹 계열사 경영 악화에 손을 든 것이다. 조 회장은 앞으로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평창올림픽조직위와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등 긴급한 그룹 내 현안을 수습하기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고자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조 회장은 “그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 모든 임직원과 하나의 팀이 돼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나를 믿고 열심히 따라준 조직위원회 모든 임직원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위원장과 함께 흔들림 없이 올림픽 준비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사퇴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채권단과 긴밀하게 협의해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2014년 8월 조직위원장직을 맡은 이래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경기장 건설 지연, 올림픽 개폐막식장과 경기장 이전 논란, 분산개최 논란의 현안들을 해결해 올림픽 준비를 본 궤도에 올려놨다.


위원장직을 맡을 때도 한진그룹의 당면 현안이 많았지만 두차례 실패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국가적 사명감으로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올림픽 조직위와 그룹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조 회장은 주로 랜드로버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를 이용해 왕복 5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과 강원 올림픽 현장을 오가며 업무를 봐 왔다. 올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각종 사전 행사가 많아지면서 처리해야 할 업무도 급증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만 해도 조직위 파트너 워크숍, 각종 기업 후원식 등 대외 행사를 직접 주재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가 악화되면서 지난달 22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내놨다.

한진해운은 4100억원 규모의 자구안과 함께 36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 회생 과정에서 그동안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향후 채권단 자율협약의 조건이 되는 용선료 인하와 비협약 채권 조정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와 마크 워커 변호사 등을 주축으로 용선료 협상팀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는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채무조정을 시도한다.

한편 올림픽조직위는 현재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8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또 조직위에는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 5명과 직원 33명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직위 사무실 철수와 파견 임직원 복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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