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로스쿨 실태조사 발표, 문제는 정성평가?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 2016.05.02 16:53

[기자수첩]

"자기소개서 신상 기재와 합격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교육부 로스쿨 입시안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된 2일, 취재진을 가장 허탈하게 만들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정황상 증거'는 되지만, 합격 당락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는 판별할 수 없으니 처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로스쿨 입시가 정성평가 위주로 진행되는데 따른 한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성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로스쿨 입시과정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미래의 변호사'를 뽑는 과정을 학부성적이나 영어 등 성적대로 줄 세워서 선발하는 것도 무리다.

교육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는 방향으로 입시안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자기소개서에 부모 이름·신상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고 해서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입학과정에서 소위 '부모 덕'을 보는 지원자들이 없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는 로스쿨 뿐만 아니라 의치전원 등에도 해당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로스쿨에서 "집안 좋은 애들을 우리 학교에서 뽑아도 나쁠 건 없지"라는 인식을 뿌리뽑는게 시급하다.


입학 대상이 대법관 자녀든 아니든, 정말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합격하고, 이후 수업을 성실히 따라가고 경쟁력 있는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 덕을 본, 자격 없는 사람이 합격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고위직이라는 이유로 로스쿨 입학때 감점을 받아서도 안 된다.

입학 과정 개선과 함께 졸업시험 등 전체적인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로스쿨은 사법시험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사시 합격자가 몇명이냐'에 따라 법과대 순위가 결정됐던 과거와 달리, 로스쿨은 정원이 한정돼 있고 학교별로 입시요강이 다르다 보니 내부 경쟁이 덜 치열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법대 교수는 "'백그라운드 좋은 학생이 들어오면 손해 볼 거 없다'는 계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 과정 뿐만 아니라 졸업 시험 등 로스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서둘러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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