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재출연' 없이도 채권단 지원받을까?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권다희 기자 | 2016.05.02 17:55

2일 '비용절감방안'에도 대주주 사재출연 포함 안돼…현대상선, 금호아시아나, 웅진, 동부 등과 대조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사진=뉴스1
한진해운이 2일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시했다.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자구안에 여전히 포함되지 않아 다른 기업과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진해운이 제시한 비용절감 방안은 △임원 급여 반납 등 인건비 조정 △직원 복리후생비 삭감 △여의도 사옥 구내식당 운영 중단 △사무공간 축소 등으로 연간 360억원 규모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난 25일 발표한 자구안에 덧붙여, 이만큼 우리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진해운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4112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에는 △TTI터미널 및 HPC터미널, 광양터미널 유동화 △중국 자회사 지분 매각 △해외·부산 사옥 매각 및 유동화 △에이치라인(H-Line) 지분, 벌크선 매각 △상표권 유동화(2차) 등이 포함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안건을 채권단에 부의했으며, 결의를 위한 회의를 오는 4일 개최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같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해 자율협약 개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전 기업 구조조정 사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채권단 지원을 위해서는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 필요조건으로 인식됐다. 사재출연을 통해 대주주의 '책임경영'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한진해운보다 앞서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그룹의 경우 현정은 회장 등 대주주가 사재 300억여원을 출연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일가는 2013년 지주사인 웅진홀딩스 회생을 위해 사재 400억 원 출연했으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부실과 관련해 각각 3500억 원, 200억 원을 출연했다.

지난해 경영권을 되찾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12년 22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을 살리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 사재 3000억 원을 내놨다. 반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대규모 사재 출연이 없었던 점이 채권단에 회생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한진해운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제수(弟嫂)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2년전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은 '구원투수'에 불과했다"며 "이 점을 채권단도 고려해 적극적으로 사재출연은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대해 2013년부터 유상증자·대여금 등 1조원을 지원했으며, 이같은 지원으로 대한항공 등 다른 계열사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도 "애초부터 사재출연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다른 기업과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 손실분담은 구조조정에서 당연히 필요한 원칙"이라면서도 "채권단 내부에선 조양호 회장이 구원투수로 한진해운을 맡게 됐고 한진해운 모기업인 대한항공이 이미 유상증자 등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감안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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