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2015한국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전·월세 임대가구 800만가구가 연평균 600만원(월 5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한다고 가정할 경우, 임대소득 규모만 48조원에 이른다.
48조원에 대해 현행 필요경비 45%를 인정하고 14%의 분리과세를 적용, 단순계산해도 3조6960억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현행 소득세법상 1주택 소유자는 임대소득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되고 전세보증금에 대해선 3주택 이상 보유자만 종합과세대상에 포함되다 보니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주택 이상 소유 다주택자는 총 136만5000명(이중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1만1000명)인데도 국세청에 주택임대소득을 신고한 납세자수는 10만3000명(2013년 귀속)으로, 7.5%에 불과하다. 이들이 신고한 소득도 1조6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같은 조건(필요경비 45%, 분리과세 14%)으로 계산하면 1232억의 세금을 거두고 있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전체 주택임대소득 세금 추정치(3조6960억원)의 3.3%에 불과한 셈이다.
박지웅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다주택 소유자가 136만명인데 고작 신고한 소득이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주택임대시장의 상당 부분은 지하경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분리과세란 주택임대로 얻은 수익을 소유자 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따로 세금을 매기는 것을 뜻하는데 누진적 비례 조세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임대소득에 과세시기를 3년간 유예하면서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선 분리과세(14%)를 적용하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임대주택소득과세 유예기간을 장기간 설정한 것과 비과세·감면 혜택을 너무 많이 넣은 것은 실수"라며 "임대소득과 같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지 못하면 담뱃세인상과 같이 서민에게만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2014년 2월 '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141만1396건을 확보했는데 월세 임대인 38만7878명 중 97%인 37만5602명의 월세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월세임대인 대부분이 분리과세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서정덕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의 세제상 논거가 미흡하고 분리과세에 따른 세부담 완화효과가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며 "비과세·분리과세 기준을 2000만원으로 설정함에 따라 2000만원을 넘지 않기 위한 다운계약서 작성, 이면계약 등의 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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