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만취해 맨홀에 빠져 숨져…법원 "업무상 재해"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6.05.01 09:00
/사진=뉴스1

회식이 끝나고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 맨홀에 빠져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진만)는 A씨 유족들이 "유족급여 등을 줄 수 없다고 한 심사결과를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LG이노텍에서 근무하던 2013년 12월 충북 청주 인근에서 회사 송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중 하수구 맨홀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를 포함한 직원 45명이 소주 90병을 마셨으며 A씨는 혈중알콜농도 0.232%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듬해 A씨 유족들은 "A씨가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라며 회사에 유족급여 등을 요구했지만 A씨가 자발적으로 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에 재심사까지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A씨 유족들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 유족들은 "직원들 사이에 서로 술을 권하는 상황이었고 A씨는 평소 주량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숨진 데에는 회사 책임도 있다며 A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사는 송년회를 회사 공식행사로 인정하고 있고 A씨는 근로자로서 참석한 것"이라며 "이 회식은 업무상 회식이었기 때문에 음주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회사 사정만을 들어 'A씨가 조심했어야 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A씨는 아내가 임신 중이었음에도 다른 직원들이 못 가게 되자 잠시라도 회식에 참여할 요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주량이 소주 5잔 정도인 A씨가 이 회식에서 소주 2병 정도를 자발적으로 마셨다고 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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