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규제 지각변동, 시스템 통한 사전대응이 답"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6.04.30 17:33

[the L][인물포커스] 법무법인 율촌 신영수 변호사 인터뷰




"지난해 금융당국의 보험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발표된 이후 보험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사후대응으로 보험규제에 대응하는 방법은 자칫 대규모 소송비용의 증가와 과징금 부과 등 커다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스템을 구축해 규제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법무법인 율촌은 '보험산업 규제환경 변화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세미나에는 보험사, 보험판매사, 학계 등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길게는 2008년, 짧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보험관련 법령개정 흐름이 보험업계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율촌 보험팀장을 맡고있는 신영수 변호사(사진)는 "사전대응의 필요성은 생명보험사에 대한 미지급 자살보험금 제재와 관련한 소송에서도 잘 나타난다"며 "국내 23개 생보사 중 16개사가 관련 보험상품을 팔았는데 이 중 약관상 애매한 표현을 선제적으로 고쳤던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들이 비슷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ING생명보험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율촌이 금융당국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다. 율촌 보험팀에는 신 변호사를 비롯해 이영석, 김규식, 김선경, 신현화, 표정률, 최수연, 주지환 변호사 등 보험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최근에는 알리안츠생명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한 이명재 고문이 보험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2013년 금감원은 ING생명보험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던 중 재해사망특약과 함께 생명보험에 가입한 이들 중 자살한 이들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ING생명보험에 과징금 부과와 함께 미지급 보험금 지급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해당특약의 약관은 피보험자가 자살 등의 방식으로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사로 하여금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제하게 하고 특약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단서조항에 '계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 자살자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이에 ING생명보험은 "약관표기상 실수로 인해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옳은지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심 패소판정을 받았다. ING생명보험은 패소 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ING생명보험 외에도 알리안츠생명, 교보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삼성생명 등이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이나 대법원 최종심이 나온 경우는 아직 없었다.

약관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이같은 다툼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의해 보험 표준약관이 폐지되면 약관의 불명확성에 대한 다툼의 소지도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종전에는 표준약관을 통해 당국이 직접 약관제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보험사가 약관심사시 느끼는 부담도 그만큼 덜 수 있었다"며 "표준약관제도 폐지 후 자율약관 시스템으로 들어가면 금융당국의 보험약관 심사도 그만큼 더 깐깐해질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약관규제법 등을 통해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그간 당국이 직접 만드는 표준약관이라는 이유로 보험약관에 대해 개입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보험약관을 들여다보는 당국이 금융당국 외에 공정위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점도 보험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창의적인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약관항목에 대해서는 저작권 이슈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며 "그간 신상품 개발시 표준약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보험사의 경우 저작권 침해이슈는 없는지도 사전에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여지를 줄이기 위한 보험상품 판매채널 관련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또 다른 불확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보험상품은 여타 금융상품에 비해 상품제조사(보험사) 대비 상품유통 채널(보험대리점)의 영향력이 크지만 불완전판매 등으로 문제가 불거질 때 유통채널에 부과되는 책임은 상대적으로 작아 문제발생 여지가 컸다.

금융당국의 보험규제도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보험상품 중개업자 제도를 도입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불완전판매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모집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금전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조치가 그것이다.

신 변호사는 "보험사·보험대리점 사이의 책임배분 등 내용을 담은 자율협약이 지난해 11월 체결된 후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일련의 규제환경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자율규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판매채널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강한 조치가 예상되는 만큼 보험사, 판매채널 모두 규제변화 대응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보험사의 자본확충 수단이 종전에 비해 확대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IFRS 4(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에 따라 RBC(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 지급여력금액 산정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다만 보험사가 은행, 증권 등에 비해 소비자 피해우려가 적음에도 더 빠듯한 자본인정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보다 전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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