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韓銀 발권력 동원 국책銀 출자 압박…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6.04.29 17:12

[the300] 재정 투입 땐 野 '법인세 인상' 주장 힘 실려…예산안, 시간 걸리고 추경도 낙관 못해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필요성까지 제기하며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한국판 양적완화' 드라이브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이 분야의 여신이 많은 산은·수은은 자산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에 대비해 재정으로 출자를 할 경우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우려다. 또 재정을 활용하려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재정 투입 땐 野 '법인세 인상' 주장 힘 실려

29일 청와대와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의 지난해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각각 14.28%, 10.11%였다. 산은은 아직 감독당국의 기준치인 12%를 웃돌지만 여신 규모가 큰 조선·해운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경우 BIS 비율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여신 기업이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해당 여신이 고정이하로 분류돼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면서 BIS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산은과 수은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자산 부실화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선 사전에 자본을 확충해 자기자본을 늘려둬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박 대통령은 국책은행 자본확충의 재원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은의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재정 대신 한은의 발권력을 활용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침을 시사한 것은 구조조정을 위한 재정 소요가 야권이 법인세 인상 추진에 나설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추경, 국회 동의 낙관 못해

더불어민주당은 구조조정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009년 이전 수준인 25%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법인세 정상화를 강조하며 더민주에 동조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야권은 현행 법상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상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세법 개정안 등 세입예산부수법안은 11월30일까지 상임위 심사가 끝나지 않을 경우 12월1일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자동부의되고, 과반의석을 가진 측은 원안에 앞서 수정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또 산은·수은에 대한 출자 재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은 올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한 청와대 참모는 "산은과 수은에 대한 출자를 재정으로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은·수은 증자를 위한 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추경을 죽어도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추경을 하려면 구조조정 때문에 대량실업이 발생하거나 경기가 특별히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국회에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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