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8일 오후 서울 서초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역대 부총리·장관 초청 만찬 간담회'의 키워드는 구조조정이었다.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체적으로 국민을 잘 설득해야 구조조정 방안이 될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설득하려면 경영진의 책임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전 장관은 구조조정과 관련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충분히 뒷받침하려면 재정건전성이 요구되는데, 금융에서는 금융 안정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책임지고 정책을 펴 나가는 정당이 없어지고 정책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며 "국민들이나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게 19대 국회 과반수 넘는 집권여당때도 아무 것도 못했는데 더 걱정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전 장관은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며 "해운업은 미래 영웅산업이 될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관리를 보내면 해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암코를 언급하며 "기업 구조조정이 어려우니 민간 구조조정 펀드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장관은 국민연금 자산 등을 예로 들며 "가지고 있는데 자금이 돌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민간구조조정하는 전문인력들이 있으니까 이를 활용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만 의존할 수만은 없다"며 "투트랙을 활용해 채권은행과 일반기업은 민간컨설팅 내지는 구조조정 역량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판 양적완화' 불씨를 지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양적완화라고 안 했으면 논란도 없었을 것"이라며 "출자 외 산금채, MBS(주택저당증권) 매입도 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관련 재원에 대해선 "계획이 나와봐야 안다"며 "구조조정하려면 실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전 장관은 "한국판 양적완화란 이름은 좀 이상하다"며 "양적완화보단 구조조정 촉진하는 재원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취지는 이해하지만 조금 더 신중히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우선순위 정해서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직전 부총리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언보단 "숙제를 남겨놔 미안하다"고 전했다.
최 전 부총리는 조언보다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고 전했다. 최 전 부총리는 "하나는 우리 경제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모든 경제주체가 그에 맞는 해법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시스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낡아있는 걸 느꼈다"며 정치권의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역대 경제 수장들의 조언을 들은 유일호 부총리는 "많은 걸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양적완화와 관련 "실탄을 확보하는 의미지 미국식 양적완화와는 다르다"며 "돈을 막 푸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산발적으로 출자를 해서 실탄 마련하는건 아니라는 원론적인 말씀을 들었다"며 "재정, 통화당국이 머리를 맞대야한다고 하셨고 저희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이승윤·홍재형 전 경제기획원 장관, 사공일·정영의·이용만·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 강경식·임창열 전 재정경제원 장관, 강봉균·진념·김진표·한덕수 전 재정경제부 장관,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만수·윤증현·박재완 기획재정부 전 장관, 현오석·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18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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