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기업을 사고 판다는 것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6.04.27 09:24

[우리가보는 세상]PEF , 작년 12.8조 투자…사상최대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는 길거리 여성으로 나온 비비안(줄리아 로버츠 분)이 백만장자 에드워드(리처드 기어 분)의 직업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비비안)
"저는 기업을 삽니다"(에드워드)
"기업을 산 다음에는 무엇을 하는 거죠?"(비비안)
"그것들을 팔아요"(에드워드)
"뭐라고요? 왜요?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 건설하지도 않고…"(비비안)
"회사의 자산을 쪼개서 팔아요. 때론 자산을 쪼개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거든요"(에드워드)

1990년에 개봉된 영화를 다시 떠올린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제조업을 담당하다 올해 초 IB(투자은행) 업종으로 출입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상황이 어려운 기업을 인수한 다음 이를 쪼개 파는 기업사냥꾼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귀여운 여인'을 통해서였고, IB분야를 담당하게 되면서 희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때문인지 처음에는 IB분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직접 무언가를 만들지도, 개발하지도, 판매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IB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사모펀드(PEF) 회사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만난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PEF가 기업가치 증대시키기에는 체질적으로 유리한 요건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성장하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PEF가 이일을 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IMM은 할리스커피를 인수하고 추가 투자를 단행하고 직영점을 대폭 늘리면서 브랜드를 중가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회사의 이익이 크게 늘었고, 종업원도 200명에서 650명으로 늘어나는 등 고용창출의 순기능도 생겼다. 송 사장은 "한국사회에서 M&A에 대한 시각이 치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다"며 "PEF들이 더 많은 일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PEF 316개사가 지난해 총 146개 기업에 전년 대비 161% 늘어난 12조8000억원을 투자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IB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보여준 것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최근 공개강의를 통해 "은행의 시대가 가고 증권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상업은행들이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IB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소비자금융(대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위험성이 있는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야하는 데, 은행이 아닌 증권업의 IB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의 방향성은 새로운 산업을 인커리지(격려)하고, 새로운 사업에 씨앗을 뿌려주느냐는 것"이라며 "이 일이 잘되면 미래에셋대우가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씨앗이 없이는 경제의 성장도 없다"며 "적극적으로 벤처투자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살인자에게 칼은 살인도구지만, 의사에게 메스는 생명을 살리는 도구다. IB의 투자가 기업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물론 선택은 '돈'이 아닌 투자자가 하는 것이다. '귀여운 여인'은 리처드 기어가 인간성을 되찾고 인수한 기업을 되살리기로 결정하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런 해피엔딩은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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