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절 외국인에게 배운 20배 대박의 교훈

머니투데이 유현갑 케이스톤파트너스 대표 | 2016.05.02 07:30

[투자의 유혹]구조조정이 가져다 주는 매력적인 투자기회

편집자주 | 위험과 기회가 소용돌이치는 파고 속에서 투기와 투자만 구분할 수 있어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 된다. 투기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고 증시에서 살아 남는 지혜와 지식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1990년대말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에 처하면서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부도에 빠졌고 진로도 그 중 하나였다. 이때 진로의 무수익부실채권(NPL)은 채권 원금 기준으로 5%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는데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계 투자자들은 부도가 난 진로의 부실채권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사모았다.

그 뒤 진로는 2003년 5월 기업회생절차를 밟아 2005년 하이트에 매각되면서 부실채권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이때 외국계 투자자들을 비롯한 당시 진로 부실채권 투자자들은 최대 20배의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당시 진로의 총 채무 3조원에 하이트의 인수가격은 3조4000억원이어서 진로의 부실채권 투자자들은 채권 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었다. 반면 주식에 투자한 투자가들은 기존 주식이 전부 감자되면서 돈 한푼 걸질 수 없었다.

2000년도 초반만 해도 진로 부실채권 투자 사례처럼 대부분의 좋은 투자기회를 외국계 사모펀드가 독식했고 그에 따른 막대한 자본이득이 해외로 유출됐다. 국내 투자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박을 낸 것을 지켜본 후에야 뒤늦게 그들의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2013년 기업회생에 들어갔던 동양은 채권투자자보다 소액 주식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기회가 됐다. 2014년 10월 기업회생 중인 동양의 주가 최저점이 787원이었는데 현재 주가는 3500원대이므로 5배에 가까운 수익이 나고 있다.

진로의 경우처럼 기존 주식을 100% 감자해 채권자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높이는 대신 동양의 경우엔 상장회사의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주식의 감자비율을 2분의1로 낮추어 주식투자자들이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기회가 발생했다.

이는 동양이 상장회사인 것을 고려해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소액주주는 2분의1만 감자를 수행한 반면 채권자에 대해선 높은 채무 탕감률을 적용하면서 갚아야 할 채무의 금액이 현저히 줄어 들었기 때문이었다.

위의 진로나 동양의 사례는 대내외적 위기로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채권이나 주식투자자들에게 역설적으로 특수 상황(Special Situation) 투자라는 좋은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진로 부실채권 투자나 동양의 주식 투자 모두 특수 상황 투자의 전형적 사례들이다.

특수 상황 투자란 개별기업이나 시장의 특수한 상황에서 투자기회를 확보하는 전략을 말한다. 즉 개별기업의 회생절차, 워크아웃, 파산 절차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시장 충격이 오는 상황에서의 투자를 말한다.


특수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는 위험을 줄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다.

케이스톤파트너스가 2012년 8월에 투자했던 금호 패키지딜(금호고속 지분 100%, 대우건설 12%, 서울고속터미널 38% 지분 인수)은 토종 사모펀드의 특수 상황 투자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금호그룹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3000억원에 인수한 뒤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처지가 됐다. 대우건설의 고가 인수와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백옵션(Put Back Option) 부담이 컸다. 이에 금호산업은 시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금호 패키지딜을 매물로 내놓았다.

그 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2013년 4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2228억원에, 2015년 5월 금호고속을 6560억원에 각각 매각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고 각각 11%와 98%의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국내 연기금 출자자들의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도움을 주는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해운·조선·철강업종의 기업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부는 구조조정과 M&A를 강력히 추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구조조정 과정이 새로운 투자수익을 제공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와 같이 외국계 사모펀드들에 의한 국부유출 논란을 방지하고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국내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저변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토종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재무적 위기에 빠진 국내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해 기업 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시장 활성화로 국내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한창 논의되는 국내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 더이상 외국계 사모펀드들만 투자이익을 독식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우리 토종 사모펀드들도 얼마든지 20배 대박을 거둘 수 있다.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특수상황 투자나 구조조정에 실력 있는 토종 사모펀드를 육성해 국민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고 연기금 수익성도 확보하는 상호 Win-Win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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