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종사자 이모씨(32·남)는 지난해 12월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퇴임 소식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정년이 2년여 남아 여유가 있었던 이씨는 다가오는 5월로 예식장까지 잡은 상황이었다. 퇴임 전에 결혼하는 모습을 봐야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이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식장 예약을 취소했다. 아내를 '5월의 신부'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은 누구나 5월의 신부가 되길 소망한다. 꽃이 활짝 피는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서다. 언론에서도 5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연예인 소식을 전달할 때마다 앞다퉈 5월의 신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 붙은 이 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5월의 신부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정한 적은 없다?
단어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의 특성과 서양에서 지켜진 풍습에 따라 '5월에 결혼하면 좋다'는 개념이 생겼다는 ‘설’이 난무한다.
역설적으로 현재 유럽에서는 6월을 결혼의 달로 꼽는다. 6월을 뜻하는 영어 'June'은 로마의 주신 주피터의 아내 주노(Juno)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주노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내로 '헤라'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더 익숙하다. 헤라는 결혼을 관장하는 여신이면서 '질투의 화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배우자의 바람 피우는 행위를 매섭게 통제하는 헤라의 이야기 덕분에 유럽에서는 그의 로마식 이름이 들어간 6월을 결혼의 달로 여겨왔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의 김은선 수석 팀장은 한국에서 5월의 신부를 관용어처럼 사용한 것에 대해 "기존 세대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생명이 잉태하는 봄에 결혼하면 좋다는 전통적인 인식에 따라 10년 전까지만 해도 5월 결혼이 가장 많았다"며 "서양의 풍습인 웨딩 개념과 날짜를 따지는 한국의 전통이 만나 5월의 신부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사람들이 5월에 결혼을 가장 많이 할까?
통계청 조사는 실제 결혼식 날짜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통계를 입력해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 날과 혼인신고일 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듀오웨드가 공개한 통계에서 드러난 실제 결혼식 날짜는 5월에 몰려있지 않았다. 듀오웨드가 2002년부터 2015년 8월까지 누적 집계한 월별 예식 건수에 따르면 결혼식이 가장 많았던 달은 10월로 전체에서 13.2%를 차지했다. 2위는 11월(12.5%)이었다. 5월은 11.7%로 3위에 올랐다.
듀오웨드 김은선 수석 팀장은 이 현상을 심리적인 이유로 풀었다. 그는 "결혼 시장의 성수기는 가을이다"라며 "예비부부들이 봄을 여전히 결혼 성수기로 생각해 피하다보니 오히려 가을 시장이 더 커진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를 넘긴다는 부담감에 가을에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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