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수출…경제사절단 등 中企 지원으로 뚫는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이동우 기자 | 2016.04.22 07:58

KOTRA, 올해 2240개社 대상 신규 수출기업화 추진 등…"수출부진 극복 총력"


#해양생물을 이용해 콜라겐을 추출하는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마린테크노. 규모가 작은 신생 기업인 탓에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판로를 뚫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샘플만 몇 차례 수출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이달 초 미국과 중남미에서 진행된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마린테크노의 뛰어난 기술과 정상순방이라는 후광효과로 콧대 높던 해외 바이어들이 마음을 연 것. 마린테크노는 2주가량의 정상순방 기간 동안의 미국·페루·과테말라 등의 바이어와 총 5건, 56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정보통신(IT) 스타트업 A사는 경제사절단을 통해, 단숨에 한·미 양국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A사는 그간 적당한 투자자를 만나지 못해 상품성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업을 벌이지 못했다. 단순 자료제공으로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한계 때문이었다.

A사가 반전 스토리를 써낸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면서부터였다. 1대1 상담회를 통해 직접 투자자를 만나게 된 A사는 미국의 저명한 엑셀레이터 ERA로부터 4만달러를 유치해냈다. 200대 1의 경쟁력을 뚫은, 한국기업 최초의 사례였다. 현재 A사는 지속적으로 엔젤투자를 유치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순항 중이다.

‘꽉 막힌’ 수출 상황에서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이 중소·중견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국내 기업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양한 해외시장 진출 기회의 제공으로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품목·시장·주체의 다변화를 외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각각 1월 -18.9%, 2월 -12.2%, 3월 -8.2%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좀처럼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중에서도 국내 시장에만 한정돼 있던 중소·중견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는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품목과 시장을 다양하게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보다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수출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유리하다.


김재홍 KOTRA 사장이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부터 수출 중소기업 10만개를 육성하자는 ‘10만 양기론(養企論)’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수의 중소 수출기업이 떠받치는 경제구조가 돼야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와 중소·중견기업 비중을 크게 높인 것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 2013년 미국 경제사절단의 경우 41개사가 참여했지만, 올해 미국 경제사절단에는 두 배가 넘는 108개사가 동행했다. 중소기업의 비중도 2013년 24개사, 58.5%에서 올해 95개사, 87.9%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유동적으로 운영되던, 1대1 상담회가 고정 프로그램으로 정착돼 많은 중소·중견기업의 환영을 받았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수출에 있어 해외 바이어를 만날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1대1 상담회를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이 일부나마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이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것은 단독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릴 경우보다 많은 이점을 갖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어, 해외 바이어로부터 신뢰를 높일 수 있고, 산업별 전문기관과의 동행으로 협업도 유리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총 6개 지역에서 15회의 1대1 상담회가 개최돼 748개사가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기간 동안 체결된 계약은 260건이 넘는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그 액수는 총 2조2900억원(20억2600만달러)에 달하는 수치다.

경제사절단과 함께 KOTRA는 자체적인 수출기업 육성에도 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내수기업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 등을 실시해, 지원이 이뤄진 1400개사 가운데 550개사를 수출기업화 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수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3.8%에서 지난해 35.8%로 오른 것도 이 같은 영향이다.

올해 목표는 다소 도발적으로 잡은 상태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수출기업 5000개사 육성 가운데 KOTRA는 45%에 해당하는 2240개사를 맡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만큼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수출전문위원 및 해외무역관 전담인력을 보강하고 추가 예산을 배정하는 등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김 사장은 “독일은 총 수출대비 중소기업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수출하는 중소·중견기업 수가 전체 340만개 중 3% 미만”이라며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산업, 새로운 가치 창출에 과감히 도전할 우리 수출 중소기업 육성과 지원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수출기업을 도와 수출부진을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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