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브·게이츠·잡스 '위대한 전략가'가 보여준 5가지 원칙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6.04.23 03:05

[따끈따끈 새책] '전략의 원칙'…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보며 현재를 설계한 전략의 영웅들

/사진제공=흐름출판사
누군가 당신에게 묻는다. 형편없이 실행되는 위대한 전략과 완벽하게 실행되는 나쁜 전략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은 불가능하다. 모두 무가치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형편없는 전략으로 아무리 좋은 정보를 가졌다고 해도 실패할 것이고,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대충대충 실행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인텔의 앤디 그로브, 애플의 스티브 잡스. 모두 21세기에 등장한 위대한 전략가들이자, 성공한 기업 영웅들이다.

이들의 스타일은 각각 달랐다. 그로브는 박사 학위를 갖춘 유능한 모범생 엔지니어이고, 잡스는 반체제 문화에 빠진 디자인 마니아이며 게이츠는 산업 플랫폼에 적응한 실용주의자였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이들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했다. 자신이 아닌 세계를 위한 꿈을 꿨고, 혹독한 노동관을 회사 문화에 불어넣었다. 노동관은 특히 주목 대상이었다. 그로브는 칩 산업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125% 해결책’이라는 정책을 통해 하루 2시간씩 정직원에게 무보수로 일할 것을 요구했고, 잡스는 불가능한 수준의 성과를 내라고 밀어붙였다. 게이츠는 주말에 회사 복도를 돌아다니며 누가 출근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그로브가 부른 ‘혹독한 지적 논쟁’도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 게이츠는 “내가 들어본 말 중 가장 멍청하군”이라고 쏘아붙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디어를 공격했다. 매킨토시는 잡스에게 가장 훌륭하게 대든 직원을 선정해 일년에 한번 상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지성과 지식, 용기를 지닌 동료를 존중한 셈이다.

이런 독특한 개성의 전략가들도 오류를 수시로 범했다. 성과가 저조한 제품을 옹호하거나 전략적 기회를 포착하는데 둔감했다. 회사를 불법적인 방향으로 이끌며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와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쿠수마노 교수가 30년간 이들에 주목해 연구한 ‘전략의 원칙’은 세 CEO의 성공 전략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결과물이다.

두 저자는 오류나 실패에서 이들은 더 끈질기게 ‘학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략과 조직을 열심히 공부했고,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 산업을 배우는 데 전념한 ‘학습’이 오랜 기간 유능한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것이다.

게이츠는 넷스케이프와의 브라우저 전쟁에서 패배 직전까지 몰리다 몇몇 직원들의 재촉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잡스는 애플의 CEO가 됐을 때 회사를 거의 파산시킬 뻔한 뒤에야, 위대한 제품만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저자는 이들의 역사에서 5가지 공통된 전략의 원칙을 발견했다. 첫째는 ‘앞을 내다보고,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짚어보라’는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과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마련인데, 그들은 미래의 특정 시점을 내다보고 현재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판단한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을 즉각적인 행동으로 연결했다.

세 CEO 모두 쉬운 길보다 대박을 노리는 길을 택했지만, 두 번째 원칙 ‘크게 베팅하되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지는 말라’를 지켰다. 전사적 역량을 통해 위험한 승부를 걸긴 했지만, 회사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갈 만큼 무모한 행동은 자제한 셈이다.

회사의 경계 너머를 본 이들은 ‘제품만 만들지 말고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라’는 세 번째 원칙에도 충실했다. 제품보다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늘 염두에 두고 ‘언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네 번째 원칙 ‘유도와 스모처럼 지렛대 원리와 힘을 활용하라’는 자존심 강한 CEO들이 특히 새겨둬야 할 덕목일지 모른다. 세 CEO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법적 조치는 물론, 유통업체에 압력을 가하는 등 스모 전술을 쓰는 한편, 공격할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나서지 않고 경쟁자들과 협력하는 유도 전술도 함께 구사했다.

리더 개인의 특별한 강점을 조직에 녹여 낸 마지막 원칙 ‘개인적 닻을 바탕으로 조직을 만들어라’는 이들 세 명에게 드러나는 가장 보편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게이츠는 소프트웨어를 깊이 이해하는 풍토를 조직에 심었고, 그로브의 경우 공학도 특유의 엄밀함을 경영과 운영에 접목했다. 뛰어난 디자인을 바탕으로 직관적 이해가 가능한 제품을 만든 잡스는 감성의 문화를 조직과 공유했다.

남들보다 한 치 앞을 먼저 내다본 이들의 미래 전략 덕분에 카리스마 리더의 부재에도 회사는 여전히 튼실함을 자랑하고 있다.

게이츠는 넷스케이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현재 우리가 약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매일같이 약자라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우리의 허점을 공격해 몰아낼 것이다. 나는 그때가 2년에서 5년 사이가 아니라 50년쯤 뒤에 오기를 바랄 뿐이다.”

◇전략의 원칙=데이비드 요피, 마이클 쿠수마노 지음. 홍승현 옮김. 흐름출판 펴냄. 396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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