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엉뚱한 이야기인가. 치열한 경쟁으로 힘겨워 하는 스타트업들이 들으면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면서도 시사점 있는 말이다.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경쟁이 성공을 키운다고 생각해왔다. 경쟁이 마냥 피곤하고 두려운 것일까? 창업가에게 경쟁의 순기능은 무엇인가.
첫째, 경쟁은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 수요가 뚜렷한 시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쟁자가 없다면 이미 비슷한 선행 시도들로 해당 시장의 수요가 없다는 게 검증됐거나, 매우 작은 시장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 경쟁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경영자 자신과 조직 전체의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긴장감을 유지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있어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셋째, 경쟁 속에 있을 때 소비자의 요구를 더욱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서비스의 차별화와 고도화에 도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사와 구별되는 고유의 비즈니스 특색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경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고객의 니즈만을 바라보게 되는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창업가는 경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투자자에게 있어 투자를 고려하는 스타트업의 경쟁 상황은 어떤 긍정적인 의미가 있을까. 경쟁은 창업가가 안주하지 않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사업 성장에 대한 창업가의 열정과 성실성이 투자 결정의 중요 요소임을 감안할 때, 투자자는 창업가가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상황을 늘 경계하게 된다. 안주가 곧 실패를 의미하는 극심한 경쟁상황은 창업가가 늘 시장에 대한 촉을 세우도록 유도한다.
경쟁 구도는 시장의 확장과 성숙에 도움이 된다. 신생 사업의 경우 고객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경쟁이 심할수록 단기간에 소비자 접점은 늘어날 수 있다. 때문에 투자자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쟁상황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투자해온 스타트업들 중 가장 큰 성장을 이룬 기업들은 숙박 예약, 인재 채용, 배달 주문, 영어 교육, 음악 스트리밍 등 누가 들어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속한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에 투자할 당시 직접적인 경쟁사들, 대기업 진출 위협 등이 존재했다. 이런 이유로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회사 내부에서도 논란과 우려가 있었다. 해당 기업들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에도 투자자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이들은 경쟁상황을 기회로 삼아 급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과감히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창업가들을 향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 탓에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투자 유치에 실패하거나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하지만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만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기업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역설적이게도 뚝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항상 시장의 변화를 읽고 성장해야 한다. 날 선 변화 속에서 경쟁을 위협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자극으로 삼는 기업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들만의 변혁을 이끌어낸다.
창업가들이여, 경쟁을 즐기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자. 그리고 투자자들이여, 경쟁의 파도에 기꺼이 몸을 맡긴 기업들에서 눈을 거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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