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비싼 '손 없는 날'… 무슨 날이죠?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 2016.04.19 15:24

[우리말 안다리걸기] 34. '손 없는 날'의 의미

편집자주 |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4년 연애 끝에 결혼날짜를 잡은 A씨(35). '5월의 신부가 되겠다'는 바람으로 급히 평일로 날짜를 잡았는데, 미뤄야 할 것 같다며 울상입니다. 양가에서 '손 없는 날'로 날짜를 다시 잡으라고 못박은 것. "굳이 손 없는 날을 고집할 이유가 있어요? 그런 길일은 벌써 1년 전에 마감됐다는데…. 평일에 결혼하면 혜택도 많고 날짜 잡기도 쉬운데 말이에요."

#아이 학교 때문에 갑자기 이사하게 된 B씨(41). 3월 첫주에는 가야 새 학년을 새 학교에서 시작하는데 전 주인이 '손 없는 날' 이사가야 한다며 3월 둘째주를 고집합니다. 전후 사정을 얘기해보지만 평일의 2배나 비싸게 주며 날짜 잡았다는 말에 한숨만 나옵니다. "꼭 손 없는 날에 이사가야 하나요?"

결혼이나 이사, 개업 등의 날짜를 잡을 때 흔히 '손 없는 날'을 선택하죠. 막연하게 좋은 날이라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손은 '날짜에 따라 방향을 달리하여 따라다니면서 사람의 일을 방해하는 귀신'을 말하는데요. 그 귀신이 지상에 있을 때는 하는 일이 잘 안되고, 그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고 없을 때는 하는 일이 잘된다고 합니다. 음력으로 날짜의 끝수가 9나 0인 9, 10, 19, 20, 29, 30일로 이날들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손 없는 날은 따라다니는 방해꾼이 없으니 일이 잘 풀리겠지요? 그래서 이사하거나 결혼할 때, 집수리할 때는 손없는 날을 선호하게 된 건데요.

하지만 위 사례들처럼 이사나 결혼할 때 많은 비용을 주고 굳이 손없는 날을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이사업체에 따르면 이사비용은 '평일→주말→평일 손 없는 날 →주말 손 없는 날' 순으로 비싸지는데요. 따라서 가능하면 평일에 이사하는 게 서비스가 좋고 비용 면에서도 저렴하다는 겁니다. 또 음력을 잘 안 쓰는 요즘엔 손없는 날 개념이 희박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반면 여전히 집안의 큰 일은 손 없는 날 해야 한다고 믿는 분들도 많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남의 상갓집에 가지 않는 것처럼 '기왕이면' 좋은 날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일 텐데요.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손 없는 날을 믿는 사람들은 비싸도 마음이 편하고 안심된다면, 안 믿는 사람들은 저렴하게 본인이 편한 날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의 문제입니다. '손없는 날'을 일컫는 말이 아닌 것은?
1. 무방수날
2. 물방새날
3. 물방수날
4. 물방개날

정답은 4번 물방개날입니다. 손없는 날은 지역에 따라 무방수날, 물방수날, 물방새날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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