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울증의 경험은 나와의 대화를 깊이 있게끔 해 주었고, 흐릿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끔 해 주었다. 마냥 부정적이게만 비춰지던 우울증이라는게 어쨌든, 뭔가 도움을 준 셈이다.
그러다가 나는 모순적이란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순이란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모순은 두 가지 선택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겹칠 경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이론이나 주장에 반대되는 것'을 말한다. 즉,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내 자신도 모순이라는 것의 개념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울증을 앓으면서, 이후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 서로 다른 의지나 의미가 충동할 때, 꼭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리기만 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오히려 서로 함께 지낼 수 있는 '다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안의 많은 다름을 발견하길 바란다. 그것을 맞고, 틀림으로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나도 자유롭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치유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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