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 인수' 中안방그룹, 12년만에 3600배 성장 비결은?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 2016.04.07 16:36

태자당 출신들이 닝보시에서 2004년 창립… 상하이차·시노펙 후원으로 초고속 성장, 10년만에 보험 1위

베이징시 도심 고층 빌딩 밀집지역인 젠궈먼와이따지에에 안방그룹 본사 사옥이 우뚝 서있다. 안방그룹은 창립 10년만에 중국 최대 보험사 자리를 꿰차는 등 전무후무한 초고속 성장으로 눈길을 끈다.
베이징의 정중앙인 자금성 천안문에서 동쪽으로 7km를 차로 달리면 베이징 고층빌딩 최대 밀집지역인 젠궈먼와이따지에가 나온다.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 본사들이 밀집한 이곳에서도 6번지에 있는 검은 색 외관의 쌍둥이 빌딩 안방보험그룹 본사는 랜드마크로 통한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 인수에 이어 최근 한국 알리안츠 생명까지 거머쥐며 한국 보험업계 5위로 떠올랐다.

안방보험의 인수합병 행보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차이나머니’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4년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가 하면 벨기에 피데아생명 지분 100%도 거머줬다. 그해 12월에는 벨기에 델타로이드은행도 사들였다. 2015년 2월에는 네덜란드 비바트생명을, 11월에는 미국 피델리티·개런티생명을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이렇게 인수합병에 쏟아부은 자금만 6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거침없는 안방보험도 출발점은 보잘 것 없었다. 베이징도 상하이도 아닌 저장성 닝보시의 한 건물 회의실에서 2명의 인물이 머리를 맞대며 시작했다. 단 5억위안의 창립 자본금으로 어떻게 15년만에 자산 1조8000억위안짜리 그룹을 키운 것일까. 2004년 9월13일 닝보시 중닝다샤 18층 회의실로 돌아가보자.

◇2004년 닝보시에서 자본금 5억위안으로 출발

당시 회의실 한편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대 원수 중 한 명이자 국무원 부총리를 역임한 천이의 셋째 아들 천샤오루(당시 58세)가 앉아 있었다. 또 한켠에는 상하이자동차집단 후마오위안 사장(당시 53세)이 마주했다. 이들은 안방보험그룹 전신인 ‘안방자산보험유한주식회사’ 설립을 논의했다.

주주는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집단 외에 6개 민간기업으로 정했다. 이사회는 7명의 이사로 운영하는데 천샤오루가 이사회 이사장을 맡기로 했다. 천샤오루와 후마오위안은 자신들 외에 5명의 인물을 이사로 점찍었는데 그 중 우광후이라는 인물이 눈에 띈다. 이 우광후이는 현재 안방그룹 총수인 우샤오후이 회장으로 알려진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 당시 가명으로 이사회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우샤오후이 회장은 덩샤오핑 외손녀와 결혼하며 안방그룹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통한다.

그룹 전신에서 보듯 안방그룹은 정계와 재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일부에서는 태자당(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이 당시 중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 열매를 함께 갖기 위해 안방보험을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상하이차·시노펙 등에 업고 급성장

실제 안방그룹은 정·재계 도움 속에 쑥쑥 컸다. 상하이자동차와 협력업체가 주요 주주였기 때문에 창립 초기부터 자동차보험에 사활을 걸었다. 창립한 지 1년만에 자동차보험 판매액이 10억위안(1778억원)을 돌파했다.

기세를 잡은 회사는 이듬해 이사회에 메가톤급 인물들을 또 다시 영입한다. 중국 경제를 쥐락펴락 했던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와 WTO 가입 당시 중국 협상대표단을 이끈 롱융투 전 대외경제무역부 부부장을 새롭게 이사에 앉혔다. 주윈라이는 2014년 9월 안방그룹 이사회 명단에서는 사라졌는데 안방그룹 초기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안방그룹은 2005년에는 중국 최대 공기업인 시노펙(중국석유화학공집단)의 투자도 유치한다. 이는 시노펙 천퉁하이 전 회장과 천샤오루의 오랜 인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시노펙 천 전 회장은 2009년 뇌물 수수 혐의로 재계에서 퇴출됐다. 그러나 시노펙은 당시 10억위안이 넘는 증자에 참여했고, 이후 추가 증자에도 나서며 안방그룹에 든든한 실탄을 몰아줬다.

◇계열사만 39개…전방위 금융그룹으로 성장

안방보험은 이미 닝보시의 테두리에 갇혀 있을 그릇이 아니었다. 2006년 베이징에 첫 분점을 세운다. 이듬해에는 46억위안으로 자본금도 더 늘렸다.

규모의 경제까지 갖춘 안방보험은 이후 전무후무한 성장 가도를 달린다. 2011년에는 안방자산책임관리공사를 설립하는 등 계열사를 늘리며 그룹의 면모를 갖추는가 싶더니 그해 11월에는 청두농촌상업은행도 인수하며 은행업에도 진출한다.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 고위 퇴직자를 이사로 앉히는 등 정관계도 지속적으로 챙긴다.

안방그룹은 2013년 대변화를 맞는다. 우샤오후이가 이사회 이사장과 회장을 동시에 맡으며 그룹의 최고 권력으로 안착한 것이다. 2014년 9월 안방보험은 자본금 619억위안, 총 자산 2000억위안으로 명실공히 중국 1위 보험사에 오른다. 닝보시에서 첫 단추를 꿴 지 단 10년 만이다.

현재 안방보험은 계열사만 39개로 총 자산이 1조90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총 자산을 1조위안 이하로 알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상장사로 그만큼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기업으로도 통한다.

◇안방그룹 속도 제어 나선 中 정부

안방그룹은 2년전부터 해외 투자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유럽과 미주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는 한편 최근에는 메리어트호텔이 인수하려던 스타우드호텔 인수전까지 뛰어들었다. 안방그룹의 인수전 가세로 당초 122억달러선이었던 매입가격은 140억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 안방그룹은 돌연 스타우드호텔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목을 끈다. 안방그룹은 "해외 투자를 환율이나 업종 흐름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하려는 것일 뿐 인수자금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안방그룹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건 것이라고 해석한다. 아무리 잘 나가는 안방그룹이라고 해도 중국 정부를 의식하지 않은 채 독자 행보에 나설 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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