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다시 만났어요" 못말리는 사육사의 '판다 사랑'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6.04.06 12:00

강철원 에버랜드 판다사육사…"1994년 만났던 판다도 알아봐…1월 6일 이후 하루도 안빠지고 판다와 함께"


"판다를 또 맡을 줄은 생각도 못 했죠. 22년 만에 다시 만나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1994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한국을 찾았던 판다 '밍밍'과 '리리'. 10년 목표로 한국에 왔던 두 판다는 1997년 IMF가 터지면서 '외화 유출' 우려 속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3일, 22년 만에 다시 판다 두 마리가 한국으로 왔다. 중국 쓰촨성에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2400km를 날아온, 수컷 러바오(만 3세, 기쁨을 주는 보물)와 암컷 아이바오(만 2세, 사랑스런 보물)다.

밍밍과 리리를 사육한 경험으로 이번에도 판다를 맡게 된 강철원 사육사는 "판다와의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밍밍과 리리를 키우면서 판다월드 안내원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당시의 사육 경험이 에버랜드가 이번에 판다 공동 연구 기관으로 선정된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합의문에 '양국 유관기관이 판다 공동연구를 시행하는 것을 지지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뒤, 에버랜드는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와 판다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판다를 맞이할 준비를 진행해왔다. 강 사육사도 판다 사육 기술력 확보를 위해 지난 1월 6일부터 2개월 동안 중국 쓰촨성 판다 번식기지에서 현지 연수를 받고 왔다.

강 사육사는 "지난 1월 6일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판다와 동고동락하고 있다"며 "3월 3일 판다 두 마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쓰촨성의 판다 번식기지에서 연수를 받는 동안 '리리'를 거의 20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현지 연구원들이 다들 '리리가 강 사육사를 알아본다'며 신기해했다"며 흐뭇해했다.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러바오(만 3세, 기쁨을 주는 보물)를 강철원 사육사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그는 22년 전 밍밍과 리리가 한국에 올 때와 비교했을 때 판다 사육 기술이 상당히 진보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판다의 식사로 대나무 외 고른 영양섭취를 위해 재료들을 섞어 만든 죽을 제공했지만, 이제는 쌀, 옥수수, 칼슘, 콩, 달걀을 섞어 만든 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사과와 당근을 간식으로 먹이고 있다.

식사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 체크 등 기술도 진보했다. 강 사육사는 "예전에는 판다의 혈액 채취나 체온 확인 등이 매우 어려워서 육안 관찰이 거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장치가 따로 있어 팔을 빼내어 검사하고 심지어 구강검사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판다가 생활하는 방사장의 변화가 가장 크다"며 "22년 전 판다월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다"고 말했다.

두 판다 커플은 관람객이 드나드는 통로를 분리대로 나뉘어 살고 있었다. 분리되어 생활하는 이유에 대해 강 사육사는 "판다는 자연 상태에서도 독립생활을 한다"며 "1년 중 가임기가 단 2~3일인데, 이때만 만나서 합방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판다들이 어려서 성(姓) 성숙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3년 정도는 각자 생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사육사는 오는 21일 판다월드가 정식 개장하면 매일 3차례씩 관람객에게 판다의 생활을 소개한다. 그는 "판다들이 완벽하게 적응을 마칠 때까지는 앞으로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아내에게 '판다에게 하는 것 반만 나에게 좀 하라'고 핀잔을 듣고 있지만, 판다로 맺어진 인연인 만큼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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