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료란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아이디 △가입·해지일 등 ‘신상정보’다.
반면 △착·발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 번호 △인터넷 로그기록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 △접속지 추적자료 등이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수사기관이 통지해줄 때까지 수사기관의 열람 사실을 해당 이용자가 알 수 없다. 이들 정보는 수사 용의선 상에 오른 이들을 수사할 때 주로 협조받는 자료들이다.
통신사실확인자료 내용이 워낙 민감하다 보니 이들 정보를 통신사로부터 제공받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법원 영장을 발부받야야한다. 통신사실확인자료나 감청 정보를 수사기관이 열람하면 이를 당사자에게 반드시 통보하도록 현행법에 의무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통보 시점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수사 중인 사안은 당사자에게 통보할 의무가 없다. 수사를 종결하거나 기소, 불기소 결정 이후 30일 이내에만 통보하도록 규정(제9조의 2, 제13조의3)돼 있다.
때문에 수사기관의 정보 열람 이후에도 일부 당사자들은 오랜 기간 그 사실 여부를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1만6000여건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열람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통지한 건수는 12만8000여건으로 59.4%에 머물렀다.
◇해외는 열람 이후 vs 한국은 수사종결 이후…당사자 고지 기약 없어= 수사기관들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내용이 공개되면 공공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수사 종료 후 이를 통보하도록 하는 현행법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안보 위협 세력이나 강력범죄 등 용의자에게 수사종결 이전에 열람 사실을 알리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등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행법이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국민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일본, 유럽 주요 국가들은 수사기관이 일반인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열람하거나 감청을 진행한 이후 60일 등 정해진 기일 안에 의무적으로 이를 당사자에게 고지토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수사관 교체 등으로 행정공백이 생기면 수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 상 ‘서면 통지’를 원칙으로 하면서 우편물이 당사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적지 않다는 것이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국회에서도 지난해 김영환, 김한길, 정청래 등 야당 의원들이 수사종결 이후가 아닌, 열람 이후 일정 기한이 지난 후부터 원칙적으로 이를 공지토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한 수사기관과 여당 의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이들 법안도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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