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독일에서는 합법인데…" 영원한 논란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이태성 기자, 양성희 기자,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이경은 기자 | 2016.04.02 06:32

[서초동살롱 <109>]성매매 처벌 합헌 헌재 결정 불구, 논란 계속될 듯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비지니스라 불리는 성매매. 성매매의 기원은 문명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해지는 말로는 기원전 45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신전 여사제들이 순례객을 위로하고 대가를 받은 것이 매춘의 시초라고 합니다.

성매매가 시작된 이후부터 계속된 논란이 있습니다. '성매매를 국가가 나서서 처벌로 막아야 하는가.' 헌재가 최근 이 논란에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헌재는 '성매매는 국가가 형벌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를 규제했던 법과 이번 헌재 결정의 의미, 그리고 그 결과를 살펴보려 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성매매 국가에서 규제, 처벌

우리나라에서 성매매행위를 규제한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교국가인 조선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매춘을 금지했습니다. 양인 여성이 매춘을 하다 발각되면 노비로 전락했고, 양인 여자를 사들여 매춘을 시킨 이는 곤장을 맞았다고 합니다.

개항 이후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공창제가 생기지만 이후 미군정에 의해 폐지됩니다. 제1공화국 퇴진 이후 성매매도 하나의 직업이란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지만 합법화에는 실패합니다.

1961년에는 윤락행위등 방지법이 생깁니다. 이 법은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계도하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한 후 인신매매와 폭행 등에 노출된 성매매 여성들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상황이 변합니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성매매업주를 강력히 처벌하고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이를 통해 2004년 문제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법 21조는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성을 파는 사람과 성을 사는 사람 모두를 같이 처벌하도록 한 것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vs 성도덕 문란

현재 우리나라와 더불어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는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합니다. 이 경우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업체, 성판매자 모두 처벌대상이 됩니다. 부분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일부 국가들은 성구매자만 처벌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의 역사만큼 성매매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 중 '성적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논란이 가장 컸습니다. 자기결정권이란 사적인 영역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헌법에 의해 보장됩니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 국가가 성매매를 합법화시켜 규제하거나 아예 처벌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국가는 성매매를 성인들 간의 자유로운 성거래로 보고 성노동을 정상적인 직업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성매매특별법이 헌재까지 오게 된 것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문제였습니다. 서울북부지법은 2012년 12월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김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법원은 "성매매처벌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성매매 관련 국제협약도 형사처벌과 행정적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며 위헌성을 지적했습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사진=뉴스1
다수 재판관의 판단 "성매매 합법화는 성도덕 문란 가져온다"

헌재는 2009년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 2015년 2월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들 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데에는 '해당 법률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가 포함됐습니다. 헌재가 연이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판단을 내린 만큼 이번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도 전향된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개방적 사고가 확산되고 있지만 성을 사고파는 행위까지 용인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성매매산업이 음성적이고 기형적인 형태로 조직화, 전문화되고 있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성매매행위를 합법화하거나 처벌하지 않게 되면 국민의 성도덕을 문란하게 하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침해되는 개인의 권리에 비해 보호받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며 "또 성매매는 성을 상품화하고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며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허물어뜨린다"고도 했습니다.

반대로 조용호 재판관은 "성인 간 자발적 성매매는 사생활 중에서도 극히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해악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조항이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형사처벌보다는 사회보장의 확충을 통해 성매매여성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합당하나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도한 형벌권 행사"라며 일부 북유럽 국가처럼 성매수자만 처벌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헌재 결정에도 남은 논란

헌재가 성매매 처벌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벌써 법조계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헌재 결정 직후 환영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여성변회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합법화할 경우 자금과 노동력의 왜곡된 흐름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기형화,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에 따른 미래세대의 건전한 성장 방해 등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성매매는 금전을 매매로 이뤄지는 지배관계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성매매의 위험성에 비춰 직업의 자유로 보호할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반대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성착취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 성매매 여성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는 성착취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에 대한 형사처벌이 부당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며 "처벌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가도 우리와 같이 논란은 많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를 놓고 계속 논의를 해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조용호 재판관이 "현행법이 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성현아씨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조 재판관은 "소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통적인 성매매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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