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생활비도 잘 주지 않아 저는 아들이 좀 크자 빌딩청소일을 시작해서 생활비를 벌고 돈을 모아서 남편이 가진 전세금과 합쳐 작은 집을 장만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홀가분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남편이 말썽입니다. 얼마 전부터 남편이 걸핏하면 화를 내고 저한테 '보기 싫다, 나가라'고 합니다. 치매 초기가 아닌가 싶어 병원에 데려가려고 하는데 영 말을 듣지 않더니 갑자기 제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면서 저를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아들 집에서 좀 지내다 다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들이 집 등기부를 떼보더니 남편이 자기 아들한테 집 명의를 넘겼다는 것입니다.
남편이 그 집을 자기 아들에게 넘겼으니 이제 저는 그 집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는 건가요? 그 집은 비록 명의는 남편으로 되어 있지만, 저도 오랫동안 청소일을 해 생활비를 벌고 집 사는 데 보탰으니 저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유일한 노후대책인 그 집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노후를 두 분이 의지하면서 사셔야 할텐데 도대체 남편분이 왜 그러시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남편과 남편 아들을 잘 설득해 집 명의를 다시 받고 두 분이 합치는 것이겠지요. 먼저 질문자와 남편, 두 아들이 같이 모여 해결방안을 의논해 보시지요. 여기서 해결이 되면 다행인데, 만약 그렇게 안된다고 해도 좀 번거롭긴 하지만 법적인 방법을 통해 선생님의 몫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 기간에 아내도 돈을 벌어 생활비를 대고 집 사는 데 보탰으니 그 집은 명의는 남편 것이지만, 사실은 남편과 아내의 공동재산으로 봐야 합니다. 결혼 기간에 부부가 같이 노력해 마련한 재산은 부부가 이혼하면 명의가 누구로 돼있는가에 상관없이 분할해 나누도록 정해져있으니, 질문자도 이혼하면서 남편 명의 집의 분할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남편이 아내에게 재산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독단적으로 자기 아들한테 명의를 넘겼으니 일단 집 명의를 남편으로 돌려놔야 하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권리가 '사해(詐害)행위 취소권'입니다. 사해행위는 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사람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제3자와 짜고 자기 재산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런 사해행위가 있게 되면 채권자는 아무 잘못이 없이 돈을 못 받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은 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제3자에게 재산을 넘긴 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부부가 이혼을 할 즈음이 되면 재산명의자가 배우자에게 재산을 주지 않기 위해 자기 가족에게 돌려놓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법은 이혼소송과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한꺼번에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하면서 남편이 자기 아들에게 집 명의를 넘긴 행위를 취소해달라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같이 하면 됩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이 아들에게 집을 넘긴 상황을 살펴보면 아내에게 재산을 안 주려고 넘겼다는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하기 때문에 집 명의가 다시 남편에게 돌아오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남편의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아내가 20년 넘는 결혼생활기간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고 집 살 돈을 마련했으니 적어도 남편 명의 집의 절반은 분할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분의 오랜 결혼생활이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되어 안타깝긴 하지만, 현재로선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분할받은 재산으로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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