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마케팅인데…" 보험설계사 3월에 한숨 쉰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6.04.02 08:00

[같은생각 다른느낌]보험가격 자율화 시행 후 손쉬워진 보험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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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통상 3월엔 절판마케팅으로 보험 영업실적이 크게 오르는데 올해는 실적이 신통치 않아요.”

4월부터 보험사들이 일제히 보장성 보험료를 인상한다.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0.25% 포인트 정도 낮춰 보험료를 5~10%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보통 보험료가 인상되기 전월에 보험설계사들은 절판마케팅으로 분주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 A씨는 “올해는 3월에 5건도 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지난해 3월 절판마케팅으로 10건 이상 보험 실적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A씨의 실적은 크게 부진했다. 그는 "계속된 보험료 인상으로 절판마케팅 효과가 줄어들었다"며 나름대로 부진의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로 실손의료보험료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8.3%와 25.5%씩 올랐고 자동차 보험료는 지난해 보험사별로 3~9% 정도 인상됐다. 보장성 보험료는 지난해 30% 가량 올라 역대 최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마치 백화점 세일도 너무 자주 하면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처럼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으로 절판마케팅이 빈번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점차 무뎌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소득증가가 보험료 인상에 크게 못 미치면서 소비자들의 늘어난 경제적 부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 해지율은 2013년 7.2%에서 지난해 1월~11월 7.9%로 올랐는데 이는 서민들의 팍팍해진 살림살이와 무관하지 않다.

A씨는 “보험료가 오른 뒤 통상 두 달 정도는 보험 영업이 힘들어진다”며 앞으로 몇달간 실적이 줄어들 것을 걱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이 오르기 전인 3월 생명보험 판매건수는 182만건에 달했으나 보험료가 오른 후인 4월과 5월엔 124만건과 96만건으로 연속해서 줄어들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이자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요지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리고 표준이율 산출제도를 폐지해 보험회사가 자율적으로 예정이율을 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가격 자율화 시행 이후 모든 보험사의 보험료가 인상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그동안 낮게 평가된 보험료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며 손해율(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 증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금융당국의 가격제한 규제 철폐가 상품가격 획일성이나 소비자 선택권 제약 문제를 해결하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보험료만 인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또 보험사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품개발로 수익을 확보하기 보다는 손쉽게 보험료를 올리는 구실로 삼고 있다고 곱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켜 보험가입이 줄어들고 국내 보험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보험도 스마트폰이나 TV처럼 해외직구를 하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불만들이 나오자 지난 3월28일 금융당국은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을 추진하면서 일부 보험관련 불합리한 관행을 손보겠다고 나섰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비합리적 진료관행을 개선하고 단독 실손의료보험 상품 판매 기피 행위 등을 시정해 실손의료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정착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불합리한 관행을 시정하는 것만으로 실손의료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정착되기에는 보험료 인상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보인다.

보험료가 자율적으로 산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정책이 실제로는 손쉽게 보험료를 올리는 여건만 조성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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