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대학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머니투데이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 2016.03.25 06:38
대학이 어렵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대학진학률은 떨어지고 있다. 재정여건도 나쁘다. 한마디로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여건이 녹록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아직 대학의 봄은 오지 않았다.

우리 대학이 겪는 위기는 본질적으로 대학경쟁력 저하 때문이다. 이는 대학관련 지표에 잘 나타나 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9.2%)를 기록했다. 2월은 12.5%로 2월 기준으론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4년 대졸취업률은 공학계 65.6%, 사회계 54.1%, 인문계 63.9%로 문저이고(文低理高) 현상이 뚜렷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4년 대학경쟁력 순위는 38위다.

대학경쟁력을 높여 경제사회 여건 및 인구학적 변화와 수요자 니즈에 부응해야 한다.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핵심역량 강화야말로 대학개혁의 성공조건이다.

학령인구 급감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구조개혁의 최우선과제다. 2023년에는 입학정원 대비 고3 수험생이 약 16만명 부족하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규모의 대학 100개교가 신입생을 전혀 선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학이 공멸할 수도 있는 커다란 위기다. 무엇보다 입학자원 급감은 수도권 대학보다 지방대학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2013학년 신입생 미충원의 96%가 지방대다. 필자가 입시설명회에서 가장 빈번히 듣는 말이 “그 대학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5년 후 대학의 입지가 궁금한 것이다. 구조조정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이 시급하다. 국회에 계류된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돼야 정책 추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다. 그래야 대학이 안심하고 구조조정이나 미래 대비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구조개혁 지연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에 커다란 고통을 초래한다. 1주기 구조개혁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소지가 많다.


대학이 건학이념, 특성 및 지역여건 등을 고려하여 경쟁력 있는 부문에 특성화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이 시급하다. 그동안 양적 팽창에 비해 교육과정 개편이나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개선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었다. 지난해 체감 청년실업률은 22%였고 청년 고용절벽 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부문에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발전전략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백화점식 운영이 대학 경쟁력 악화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문대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도 무분별한 학과 증설과 백화점식 자원배분의 부작용 때문이다.

‘공급자 위주’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사회수요에 맞춰 정원 조정, 학과 개편 등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래야 전공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대학가에 문과 학생들의 ‘공대 수업 듣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까지 공대생 일자리는 17만명 부족한 반면 인문대는 6만명이 남아돈다고 한다. 삼성전자 신입직원의 83%가 이공계 출신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학 지배구조가 정립돼야 한다. 총장 리더십은 대학발전의 키워드다. 스탠퍼드대학의 존 헤네시 총장은 2000년 취임 이후 16년간 기부금을 90억달러에서 22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고3 학생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매력 있는 대학으로 변모시켰다. 서부의 하버드를 만들었다. “스탠퍼드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총장 중 한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견지에서 학교를 선거판으로 변질시키는 총장직선제는 시정돼야 한다. 교수·동문·사회 저명인사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추천위를 통해 선임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직선제는 필연적으로 공약 남발로 인한 캠퍼스 포퓰리즘과 논공행상식 인사를 피할 수 없다. 선거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총장 선임이 구성원을 결집하는 통합의 장이 아니라 분열과 갈등의 시작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학개혁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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