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으로 체불임금 받아낸 법률서비스플랫폼 ‘로톡’

머니투데이 백선기=이로운닷넷  | 2016.03.26 08:39

[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11>서울 서초구 소셜벤처 ‘로앤컴퍼니’

편집자주 | 나랏님도 풀지 못한다는 숙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는 이웃들이 있다. 돈벌기는 기본! 우리 동네에 일자리를 만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환경을 지키는 착한 기업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히든 챔피언’ 즉 대중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을 이끄는 우량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아닐까? 머니투데이는 서울형 사회적기업 이로운넷과 공동으로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을 발굴해 그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1.경력 4년차의 한 변호사는 ‘로톡’ 사이트(www.lawtalk.co.kr)에서 임금이 체불된 20대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고 무작정 사업주에 전화를 걸었다. 업주는 힘없는 대학생이 무슨 변호사 선임인가 싶어 무시했다. 변호사는 변호사등록증과 내용증명을 보내 “고발당할 수도 있으니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고 했다. 놀란 업주는 학생의 밀린 임금을 몽땅 지불해주었다. 법이 약자들을 위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2. 한 청년이 자기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할머니를 대신해 ‘로톡’에 상담요청을 올렸다. 전남 장흥에서 40년 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할머니 집에 자기가 땅 주인이라며 어떤 이가 나타난 것이다. 하루도 안 돼 2명의 변호사가 답변을 달았다. 20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살았고 그동안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민법상 취득시효가 인정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들은 모두 소셜벤처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로톡’ 가입 변호사다. ‘로톡’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법의 높은 장벽을 IT기술로 허물어 의뢰인과 변호사 모두를 이롭게 하는 법률서비스플랫폼이다. 440여명의 변호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로앤컴퍼니는 4명이 각각 자본금 100만원씩을 출자해 공동 창업했다. 왼쪽부터 정재성 이사, 김본환 대표, 여인한 이사, 이휘진 이사.


◇평균 24시간 내 답변, 5분 내 전화 상담 모두 무료

로앤컴퍼니는 2012년 로스쿨 출신의 김본환 대표(33)를 중심으로 경영, IT를 전공한 정재성(32), 여인한(34), 이휘진(33) 이사 등 공동대표 4명이 법률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미션으로 설립했다. 김 대표는 “국내 법률시장은 해외 개방, 다수의 변호사 배출, 법원의 전자 소송 도입으로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국민과 변호사들 사이에 의미 있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의미 있는 변화란 누구나 쉽게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다. 법률적인 자문이 필요할 때 로톡에 접속하면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사건의 예시를 찾아 대처법을 알아낼 수 있다.

유사한 사례가 없는 경우 사연을 올리면 전문변호사의 답변을 평균 24시간 안에 들을 수 있다. 로톡의 모든 서비스는 상담자나 변호사 모두에게 무료다.

사례 찾기 코너에 올라오는 질문은 ‘모아둔 돈이 없는데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는가’, ‘거짓 매출에 속아 상가 임대 계약을 했는데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 등 대개 생활 속 분쟁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8000 건의 상담 사례가 등록됐다. 로톡의 하루 방문자수는 5000명이 넘는다.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로톡은 회원 변호사 개개인에게 ‘05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부여했다.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5분 이내의 간단한 상담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로톡의 사례찾기 코너에는 현재 8000건의 상담사례가 축적돼있고 하루 평균 100여건이 넘는 새로운 글이 올라온다.

상담자들은 사례 찾기와 개별상담을 통해 1차적으로 궁금한 문제를 해결하고 변호사가 필요할 경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변호사를 찾아 사건을 의뢰할 수 있다.

◇ 회원 변호사 100%가 서비스요금 공개 “업계 최초”

로앤컴퍼니가 2013년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변호사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전문성과 수임료로 나타났다. 로톡에서는 이 두 가지 정보를 모두 담기로 했다.

로톡 메인화면의 ‘변호사 찾기’ 버튼을 누르면 이혼·재산분할·사기·폭행 등 약 50개 전문분야가 뜬다. 정재성 이사는 “의사들에겐 내과·피부과처럼 전문의 제도가 있지만 변호사업계에는 그런 구분이 없다”며 “변호사마다 해당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대 5개 분야만 주요 분야로 등록하도록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의 자세한 정보는 회원변호사들의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주요 분야와 경력·학력 그리고 서비스 요금과 성공 보수 수준 등에 관한 개괄적인 정보가 기재돼있다. 회원 등록 변호사들의 100%가 서비스 요금을 공개했고 77%는 수임료까지 공개한 상태다. 김 대표는 “수임료 공개는 국내 법률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서비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도 쇼핑몰을 비교해가면서 사는 요즘 고가의 비용이 들고 본인의 인생이 걸린 법률적 문제를 아무 비교 없이 찾아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객이 자신의 형편에 맞는 변호사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로앤컴퍼니 사무실은 법조인들이 몰려 있는 서초동에 자리잡고 있다.


◇ 2만 명 변호사가 무한경쟁…부익부빈익빈 심화

변호사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로스쿨 출범 이후 2015년 국내 변호사 수는 2만 명을 돌파했고 2020년이면 3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더욱이 내년에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해외 대형 로펌들이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무한경쟁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변호사들이 자신을 홍보할 기회는 신문지상에 개업인사를 올리거나 대형포털사이트의 키워드 광고뿐이다. 상황에 따라 한 달에 수백~수천만 원 수준인 포털사이트 키워드광고는 새내기 변호사들에겐 언감생심이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의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 2100명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111명의 88%가 여전히 불법브로커들이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사건 수임에 많이 개입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로톡은 자연스럽게 의뢰인과 접촉할 수 있는 단비 같은 존재다. 경력 3년차인 서모 변호사는 “변호사수는 많아졌지만 홍보할 채널이 제한적이라 막막했다”며 “경험도 쌓고 로톡을 통해 매월 20~30% 이상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톡은 법률에 IT를 접목해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의 사람들도 쉽게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력 16년 차인 방모 변호사는 “온라인광고대행사를 통해 매월 비용을 지불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효과를 측정하기 힘들었다”며 “로톡은 활동에 비례한 성과와 효율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 변호사 탐색비 절감효과가 연 139억 원...사회가치 투자자들의 러브콜

로앤컴퍼니의 혁신성과 성장성은 사회적 가치 투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 이사는 지금까지 유치한 총 투자 금액규모는 계약상의 문제로 공개할 수 없지만 회사를 운영하고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2014년 2월 '로톡' 베타서비스 출시 이후 이 회사엔 사회적기업 투자자인 SK행복나눔재단을 비롯해 D3쥬빌리·정부모태펀드1호인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CCVC) 소셜벤처투자조합’ 등 기관 투자자들, 다수의 엔젤투자자들의 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앤컴퍼니는 로톡의 사회적 임팩트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의뢰인들의 변호사 탐색비용을 연간 139억 원 절감하고 의뢰인에게 전가 될 수 있는 브로커 수수료를 대체해 연간 261억 원의 수임료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로앤컴퍼니는 앞으로도 현재 형태의 무료서비스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대신 이윤은 비공개 전화 상담과·계약서 작성·변호사 마케팅 솔루션 등에서 유료 IT솔루션에서 창출하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로앤컴퍼니는 요즘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365일 채용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채용 기준은 ‘IT기술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로운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에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로앤컴퍼니에는 그러한 정직원 15명과 인턴 3명이 함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로앤컴퍼니 직원들. 4명의 멤버로 시작해 창업 3년여만에 정직원 15명 인턴3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팁] 김향훈 변호사의 ‘좋은 변호사 고르는 기준 5가지’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성실하고 실력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법률분쟁은 한번 발생하면 인생과 직업적인 운명을 뒤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지인(친구·친척) 변호사라고 해서 무조건 맡기지 마라. 전문 분야와 나의 사건이 정확히 일치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안과문제를 피부과 의사에게 의뢰하는 격이다. 사건해결에는 친밀성보다 전문성이 중요하다.

2. 전문성 검색은 구체적으로 하라.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동산 전문변호사를 검색하면 너무도 많은 변호사가 등장한다. 부동산 중에서도 경매인지 경매 중에서도 유치권인지 혹은 다른 분야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라.

3. 최근 3년간 업무 수행 실적을 놓고 판단하라. 업무 분야에서 50%이상을 차지하는 분야가 그 변호사의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다

4.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는 제외한다.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의뢰인의 심정을 악용해 당신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5. 나의 약점을 연구하는 변호사를 선정하라. 법률 분쟁은 나만 옳고 상대방이 100% 잘못했다는 사건은 별로 없다. 상대방도 변호사가 있기 때문에 나의 약점에 대해 미리 연구하고 준비하는 변호사를 선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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