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 칼럼]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 2016.03.21 06:29
#모든 사람은 죽는다. 혼자서 죽는다. 예외가 없다. 그래서 라틴어 ‘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HODIE MIHI CRAS TIBI)는 진리다. 직역하면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뜻이다. 오늘은 내가 여기 공동묘지에 죽어 누워 있지만 내일은 당신 차례라는 의미다.

이 명쾌한 명제를 수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대개는 이런저런 이유로 진실과 직면하는 걸 꺼린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인물처럼 우리는 죽음을 직시하는 게 너무 두려워 자신이 죽을 운명이란 사실을 잊고 살려고 애쓴다. 이건 잘못이다.

어떤 마을에서 누군가 죽으면 교회의 종이 울리곤 했다. 오늘도 종이 울려 누가 죽었는지 알아보려고 심부름하는 아이를 보내려다 문득 깨닫는다. 종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울리는 것이란 사실을. 인간이 발전하는 것은 아무리 보잘것 없는 일이라도 그것을 나와 연관짓는 각성 내지 깨달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올 1월 열린 다보스포럼은 주요 국가에서 앞으로 5년 동안 500만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고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반신반의했다. 의례적으로 하는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 바둑고수가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과 바둑시합을 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이세돌 9단도 그렇게 말했지만 대부분 당연히 사람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현주소는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고,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인공지능이 먼 미래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바둑고수는 그 앞에서 투혼을 보여줬고 처절하게 싸웠지만 그게 끝이었다. 인공지능에 오늘은 이세돌이 패배했지만 내일은 내가 패할 것이다. 교회의 종소리는 이세돌이 아니라 나를 위해 울리는 것임을 각성해야 한다. 세상은 상상을 초월해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음의 가능성이 욕망을 자극하고 죽음이 있어 삶이 소중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혁명의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던진 화두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근본적으로 판을 다시 짜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라도 기업도 개인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요즘 재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나 시내면세점 사업권 확대문제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시장독점으로 인한 요금인상이나 콘텐츠시장 황폐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거대기업의 국내 진출이 임박했음을 감안하면 합병에 따른 이런 부작용들은 오히려 지엽적일 수 있다.

시내면세점 사업권 확대도 정책의 일관성 상실이나 신라 신세계 한화 두산 등 5개사의 피해와 같은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한 해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 넘고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규제일변도의 면세점 정책은 더 이상 곤란하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다.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용기를 내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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