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또 겸손 마케팅? 이세돌 셔츠에 'G5' 잘 안보였던 이유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6.03.16 05:47

셔츠와 비슷한 색깔로 제작, LG측 "경기 집중 배려"… 구글은 광고효과 수천억원

"이번에도 LG는 겸손한 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주는 걸까?"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치른 이세돌 9단을 후원하는 LG전자를 두고 일부에서 제기된 의견이다.

이 9단은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오른쪽 손목에 G5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출전했다. 이 9단이 오른손으로 바둑돌을 놓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색 셔츠에 새겨진 가로·세로 1cm크기의 푸른색 로고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이 9단이 LG전자와 맺은 인연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더더욱 적다. 이 9단은 'LG전자 바둑꿈나무' 출신이다. LG는 1996년부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인 'LG배 세계기왕전'을 후원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바둑후원 기업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제품을 잘 만들고도 홍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LG전자가 지난해 스마트폰 V10을 출시할 당시 일부 버전의 제품에 스테인리스 베젤에 20K 금을 도금한 사실은 뒤늦게서야 알려져 화제가 됐다. 미국 국방부로부터 안정성을 인정받은 'MIL-STD 810' 등급을 획득했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는 소비자들 반응이 당시 줄을 이었다.

또 LG 노트북 '그램' 14인치의 무게가 회사가 발표한 무게(980g)보다 더 가볍다는 인증샷들도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LG전자 마케팅이 필요 이상으로 정직한 게 아니냐'는 평가들도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가 직접 나서 SNS계정을 만들어 LG전자 제품을 홍보해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번 이 9단의 셔츠에 새겨진 로고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셔츠에 새겨진 G5 로고의 크기나 색상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홍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9단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의 세번째 대국 이후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 소매 끝에 G5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LG전자가 '이세돌 9단'이라는 훌륭한 모델을 만나고도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들이 나온다.

이번에 대국을 주최한 구글이나 이번 대국이 열린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수 천억원대의 광고효과를 누린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는 기업가치에도 반영돼 구글 주가는 지난 9일~14일(현지시간) 4거래일 연속 상승, 5.3%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시즌스호텔은 전세계에 체인망을 갖춘 최고급 호텔"이라며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만큼 외국인들에게 아직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대국을 통해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개관 사실을 인지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LG전자의 이번 대국에서의 홍보효과는 수 십~수 백억원대다.
대국 중간에 진행되는 가상광고 횟수와 온라인 중계방송 채널에 실시간 접속자 수 평균 등을 감안한 수치다.

오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국 방송이 여러 차례 재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 각에서 나오는 수 백억원대의 광고 효과는 과장된 수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LG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LG전자 관계자는 "이 9단이 착용한 'LG G 워치 어베인 세컨드 에디션' 스마트 워치에 대해서는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홍보에 노력하고 있으며 스마트 워치 출시 이후 긍정적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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